용산 국립한글박물관 화재 7시간만에 완진... 주요 소장품 257점 국립중앙박물관 이송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뉴시스

1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7시간 만에 진화됐다. 박물관이 증축 공사로 휴관 중이어서 관람객은 없었고, 소장품 피해는 없었다. 다만 소방대원 한 명이 다쳤고, 만일을 대비해 주요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송했다.

소방과 박물관에 따르면 화재는 박물관 3층에서 시작돼 4층으로 번졌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해체 공사를 하던 중 용접으로 발생한 불씨가 튀어 불이 났다고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50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76대와 인력 262명을 투입했다. 화재 발생 약 4시간 만인 오후 12시 31분쯤 큰 불길을 잡는 초진에는 성공했으나 가연물을 들어내고 잔불 등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려 불은 오후 3시 22분쯤에야 완전히 꺼졌다. 불이 난 3층과 4층 모두 전소 상태로, 소방 당국은 건물 내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계획이다.

박물관 내부에 있던 작업자 6명 중 4명은 자력 대피했고, 2명은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소방관 1명이 화재 진압 중 낙하물과 함께 추락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 10월부터 휴관 중으로, 시설을 확대하는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다. 유물을 보관하고 있던 박물관 1층 수장고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공지를 통해 “연기 등으로 인한 소장품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월인석보’ 등 중요 유물 26건 257점을 인근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은 오전 11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해 피해 사항과 화재 진화 상황을 점검한 후 “갑작스러운 화재 소식으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문체부 산하에 다중문화시설이 많은데 철저하게 점검하고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들이 소장품을 인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의 문자·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2014년 개관했다.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의 편지와 글씨를 모은 ‘정조 한글어찰첩’과 한국 최초의 가집(歌集) ‘청구영언’ 등 한글 관련 문화유산 8만9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