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 관련, 직장 내 괴롭힘 이슈가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요안나의 유서, 자필 일기장 등이 공개된 가운데 이번에는 '왕따' 정황이 담긴 톡방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침묵하는 기상캐스터들, 누가 가장 먼저 입을 열지 시선을 끄는 시점이다.
1일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한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며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6일 첫 시도를 했고, 이후 한 번 더 시도했다. 결국 9월15일 사망했다"고 알린 것.
뿐만 아니라 방송에는 고인이 동료 기상캐스터에게 약 2년간 폭언을 듣고, 부당한 지시로 고통 받았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고인은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정신과 10여 군데를 다니며 약을 처방 받았다"고 털어놓았다고.
유족은 당시 "지난해 9월 6일 오전 2시께 전화가 왔다. 가양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지나가는 할머니가 머리채를 붙잡아서 끌어내려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해 파출소에 보호 중이라고 했다. '왜 죽으려고 그랬냐'고 하니 '직장이 힘들다. 등뼈가 부러질 것 같이 아프고, 창자가 다 끊어질 것처럼 힘들어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편안해지고 싶다'라고 해서 가족 동의로 6개월 입원시켜야 되겠다'고 하니 '방송해야 한다. 광고도 계약해 놔서 찍어야 한다. 안 죽는다. 그냥 홧김에 해본 거다'라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동시에 '사건반장'에서 시선을 끈 건 별도의 단톡방을 개설해 고인을 고립시켰다는 주장이었다. 고인을 향해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괴롭힌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단톡방은 고인과 고인의 동기인 기상캐스터를 제외한 나머지 기상캐스터들의 방이라는 설명도 더해졌다.
대화 중 한 기상캐스터는 "(오요안나) 완전 미친 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 난다. XX도 마찬가지"라며 "또 X가 상대해줬더니 대들어. ('더 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 우리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족은 "유퀴즈에 나간 뒤 모두의 질시를 받는 대상이 됐다"고 했다. 고인이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가 되면서 질시의 대상이 됐다고 바라봤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은 기상 캐스터는 두 사람이다.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왕따 살인 은폐’란 제목으로 가해자로 추측되는 기상캐스터 두 명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이들을 향한 악플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유족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 연락 했다"며 또다른 2명을 가해자로 언급했다. 새로 언급한 2명은 뒤에서 몰래 괴롭혔고 장례식장에 안 온 인물이라고.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입이 언제쯤 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향년 28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사망 소식은 지난해 12월 뒤늦게 알려졌다.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에는 사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오요안나가 동료들로부터 폭언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여러 매체 보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괴롭힘 정황이 담긴 녹취록, 고인의 일기장 등이 공개됐다.
유족은 오요안나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 사망 직전까지 약 2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2월 23일 MBC 기상캐스터 선배 4인 중 단체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MBC는 고 오요안나 씨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MBC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되며, 회사 내 인사 고충 관련 조직의 부서장들도 실무위원으로 참여해 정확한 조사를 뒷받침하기로 했다”라며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는 주말 사이 사전 준비를 거쳐 다음주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BC는 고인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직후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지금까지 확보된 사전조사 자료 일체를 위원회에 제공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며 “MBC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엔 이슬기 rees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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