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AI 수요 늘린다?…증권가 "단기 악재 끝나면 국가 경쟁"

김지훈 기자 2025. 2. 1. 05: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SK하이닉스·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딥시크' 여파로 한국 반도체 주가의 대표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9%대, 2%대 급락하고 있다. 2025.1.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딥시크 사태의 향배가 증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 'R1'이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기업들의 AI 사업 전략이 변화할지 주목된다.

증권사들은 딥시크 사태가 단기적으로 AI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장기적으론 AI 시장의 확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단기적 악재, 중장기적으론 국가적 경쟁 촉발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는 딥시크 여파로 9%대 급락하고 있다. 2025.1.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LS증권은 딥시크 사태에 대해 단기적으로 AI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중장기적으론 AI산업 에 국가적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시장의 충격이 컸던 점은 딥시크가 베이스모델(파생 모델의 기반이 되는 일반적 지식 학습모델) V3 의 개발 비용이 558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는 것"이라며 "포브스가 추측한 주요 AI 모델 훈련 비용은 오픈AI의 챗GPT4 4100만~7800만달러, 구글의 제미니 3000만~1억9100만달러로 예상되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 격차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딥시크가 AI 모델의 가격 파괴를 이끌면서 AI 대중화가 이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32자리까지 기록하던 소수점을 8자리까지만 기록하게 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을 75% 줄였고, AI가 단어를 읽는 대신 문장을 읽게 만들면서 학습 속도를 2배 가량 높였다"라며 "모두 비용과 관련된 혁신적 요소"라고 했다.

딥시크 사태는 미국 AI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을 촉발하면서 국내외 반도체 업종이 줄타격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미국의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AI 산업 투자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딥시크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추론 AI 모델인 딥시크-R1을 출시했다. 그로부터 1주일 만인 27일 미국의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같은날 엔비디아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하루 만에 17% 폭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9% 밀렸다. 다음날 엔비디아가 8%대 반등하는 등 미국 반도체종목들이 회복에 나섰지만 여전히 폭락 이전 주가 수준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도 여진이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딥시크 사태 이후 첫 개장일인 지난달 31일 증시에서 19만9200원에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보다 9.86%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42% 내린 5만2400원에 장을 마쳤다.
딥시크가 AI 수요 더 키운다는 시각도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43p(0.77%) 내린 2,517.37, 코스닥 지수는 0.45p(0.06%) 내린 728.29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21.4원 오른 1452.7원을 기록했다. 2025.1.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딥시크 사태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AI 투자 전략을 변화시킬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빅테크의 CAPEX(설비투자) 증가율은 떨어지고 낮은 비용으로 AI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많은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는 상황은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이 CAPEX를 줄일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며 그들이 결정을 내리기까지도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지금은 가능성을 양쪽 모두 열어두고 반도체에 대해 중립적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증권은 딥시크 사태에도 AI 인프라 투자 기대감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수옥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술 효율 개선에 따른 비용 절감은 기술 확산의 전형적인 패턴이지,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방향으로 시장의 생각이 모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신기술의 체험 확산은 해당 기술에 대한 더 많은 니즈(수요)를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키움증권은 AI사이클이라는 증시 테마가 훼손되지 않았다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사태에 대해 "단기적으로 "엔비디아 등 AI 하드웨어 업체의 성장 독주"에서 "AI 비용 하락에 따른 AI 소프트웨어 업체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내러티브로 이동하게 만든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미국 등 증시에 대해 "AI 소프트웨어에 더해 전력기기 업종에 우호적 수급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