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노상원, ‘취조때 욕하라’고 해”… 尹 “시스템 점검 지시”와 배치
노상원 “내가 노태악 위원장 맡겠다”
선관위 직원 체포뒤 직접 취조 시사
尹 ‘평화적 계엄’ 논리 반박 근거될 듯
검찰이 12·3 비상계엄 당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북파공작원(HID) 등 정보사 요원들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체포한 뒤 취조 과정에서 욕설 등 위협적인 행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등에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었다며 단순한 ‘시스템 점검 차원’이라고 밝힌 것과는 배치되는 정황이다. 법조계에선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재판에서 “평화적 계엄이었다”는 대통령 측 논리를 반박할 근거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노상원, 선관위 직원 체포-위협 지시
HID 요원들은 검찰에 노 전 사령관이 “노태악(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내가 맡겠다”고 말한 사실도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감안하면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관계자들을 체포한 뒤 직접 취조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HID 요원들의 진술은 앞선 정보사 정모 대령의 양심 고백 내용과도 일치한다. 정 대령은 노 전 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함께 경기 안산시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계엄 계획을 논의한 ‘롯데리아 4인방’ 중 한 명이다. 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달 20일 공개한 ‘대국민 사과 및 자료 공개문’에서 “정 대령은 선관위 직원들이 출근 시 신원을 확인하고 회의실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준비한 점을 시인했으며, 선관위 인원 명단 확보와 케이블 타이나 마스크, 두건 등 통제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HID 요원들과 정 대령의 진술은 윤 대통령 측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와 지난달 21일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각각 “이번에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지난달 22일 ‘얌전하고 착한 군인―평화적 계엄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檢, 체포조 의혹 경찰청 압수수색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31일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 편성·운영 혐의와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사무실과 안보수사국 전산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계엄 선포 당일 국군방첩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에 강력계 형사들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첩사는 국수본 안보수사국 관계자로부터 수사기획계장의 연락처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방첩사 측이 국수본에 ‘여의도 현장 상황이 혼랍스럽다’며 안내할 경찰관들의 명단 제공을 요청해 영등포경찰서 강력팀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한 바는 있다”면서도 체포조 지원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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