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면 더 괴롭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1. 3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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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관련해 노동 전문가들은 "더 이상 '직장에서 버티는 것'이 생존의 기준이 되어서도, 괴롭힘을 신고하는 순간 피해자가 조직에서 밀려나는 현실이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라며,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또 다른 '오요안나'를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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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신고 3년 새 2배 증가.. “법은 있지만, 피해자는 떠나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폭언과 따돌림, 부당한 지시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신고 후에도 바뀌지 않는 조직 문화입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조직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혹 신고할 용기를 내도 결국 기다리는 것은 ‘2차 피해’뿐이었습니다. 괴롭힘을 참거나, 아니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선택지만 남아 있습니다.

31일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내괴 신고 건수는 2020년 5,823건에서 2023년 10,028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와 실효성 있는 처벌은 여전히 미흡하기만 한 상황입니다.


■ “신고해도 바뀌지 않아”.. 피해자만 떠나는 구조적 문제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소리 지르는 상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제76조의3 제2항)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객관적 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조사 의무’ 조항이 오히려 피해자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직내괴를 신고하면 회사는 자체 조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많은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결국 피해자는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직장인은 “신고하면 오히려 나만 문제 있는 사람으로 몰리고, 결국 회사에서 버티지 못하게 된다”라고 토로했습니다.


■ 프리랜서는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

더 심각한 문제는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일부 특수고용직의 ‘안전 배려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만, 프리랜서는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고(故) 오요안나 씨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MBC에서 2년 넘게 기상캐스터로 일했지만, 프리랜서 신분이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사 측은 오 씨 죽음과 직내괴의 연관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자,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괴롭힘 여부를 따질 수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당시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1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는 모습. (SBS 캡처)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일었지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직내괴 피해를 주장할 법적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셈입니다.

■ ILO 협약과 동떨어진 한국의 현실

국제노동기구 즉, ILO 협약을 비준한 국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근로 형태와 관계없이 규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20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해 파견직, 계약직 등 비정규직까지 보호 대상으로 포함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모든 형태의 노동’에서 괴롭힘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적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제는 더 이상 ‘근로자’라는 기준에만 얽매이지 말고, 일터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자체를 문제로 삼아야 한다”라면서,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본래 목표로 삼아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괴롭힘 없는 직장, 불가능?”.. 더 늦기 전에 대책 마련해야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노동 환경 전반의 문제이자 구조적인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련해 노동 전문가들은 “더 이상 ‘직장에서 버티는 것’이 생존의 기준이 되어서도, 괴롭힘을 신고하는 순간 피해자가 조직에서 밀려나는 현실이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라며,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또 다른 ‘오요안나’를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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