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헌재, ‘문형배 편향성 공세’에 발끈…“사법부 권한 침해 우려”

“대통령 탄핵심리, 재판관 개인 성향 따라 좌우되는 것 아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편향성에 대한 국민의힘 등의 공세에 ‘사법부 권한 침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정기 브리핑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헌재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천 공보관은 “대통령 탄핵심판의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천 공보관은 문 대행의 과거 개인 블로그 글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특정 부분만 발췌한 기사를 보기보다는 블로그에 원문이 게재돼있기 때문에 원문 전체를 읽어보고 맥락에 따라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천 공보관은 이어 문 대행이 10여 년 전 SNS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사적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 탄핵심판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현재) 페이스북 친구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10여 년 전에 작성된 댓글 대화 내용까지 (문 대행이) 기억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천 공보관은 게시글·댓글 관련 내용은 문 대행 본인의 입장을 대신 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행 뿐 아니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등도 탄핵심판 심리에서 빠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천 공보관은 “헌법재판소법상 피청구인이 변론에서 본안에 관해 진술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없다”며 재판관 스스로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재판에서 빠지는 회피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피·회피 사유인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과 관련해 “단순히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큼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라며 “(이번 논란도) 거기에 비춰서 봐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측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정계선 재판관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또 이미선 재판관의 동생인 이상희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위’ 부위원장인 점을 들어, 이 재판관도 탄핵 심리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재판관들이 탄핵심판을 했을 경우에 과연 공정성을 담보하고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차원에서 봤을 때 이분들께서 스스로 회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현재 헌법재판관 8인 체제에서 논란이 된 재판관 3명이 회피한다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여할 수 있는 재판관은 5인으로 줄어든다. 헌재법에 따라 탄핵소추를 인용하거나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려면 최소 6명이 필요하다.

앞서 국회는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선출했으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헌재는 최 대행의 임명 보류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관한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결론을 다음 달 3일 선고할 예정이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