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짐 나르다 산 굴러떨어져 사망…“X됐네” 30분간 신고 없었다 [사건 속으로]
37㎏ 장비 옮기다 추락…27분 지나 119신고
이미 심정지 상태인데…부모에 “큰 걱정 말라”
군 헬기 구조 실패, 이송 지연…軍 간부 입건
유족 “구른 건 맞는지…구조 지체 진상 규명”

강원 홍천 산악지대에서 훈련 중 굴러떨어져 숨진 육군 일병 사건과 관련 신고와 구조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유족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31일 강원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군 당국으로부터 A 중사와 B 하사, 이들로부터 보고받은 C 소대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5일 홍천군 아미산 경사로에서 굴러떨어져 크게 다친 김도현(20) 일병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의혹을 받는다.
사건 당일 오전 8시쯤 통신병이던 김 일병은 무전병 3명을 호출하는 방송을 듣고 통신장비를 차량에 실어 A 중사, B 하사, 운전병, 상병 등 4명과 훈련 장소인 아미산으로 향했다. A 중사는 “차에서 확인할 게 있다”며 대원들만 올려보냈고, 운전병이 A 중사 대신 12㎏ 장비를 매고 산에 올랐다. 차후 조사 결과 A 중사는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인원이었지만 차에서 휴대전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 중사의 훈련 불참으로 B 하사와 상병, 김 일병도 각각 12㎏, 14.5㎏, 25.16㎏의 장비를 매고 훈련에 나섰다. 예정에 없던 훈련을 하게 돼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던 운전병이 산행 중간에 다리를 삐끗하면서 김 일병이 12㎏ 장비까지 대신 짊어졌다. 김 일병은 원래 자신의 25㎏ 짐과 운전병의 12㎏ 짐을 번갈아 올려다 놓는 방법으로 산을 오르던 중 사고를 당했고, 일행들에 의해 비탈면에서 오후 2시29분쯤 발견됐다. 그리고 27분이 지난 오후 2시56분쯤 포대장 지시로 119에 김 일병 구조 요청이 이뤄졌고, 오후 6시29분쯤 김 일병은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또 산이 험해 지상 구조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의무군대 종합센터에 1시간 뒤에 신고했으며, 군 헬기가 구조에 실패하고 돌아간 뒤 소방헬기가 출동하는 등 구조가 지체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유족은 주장하고 있다. “군부대 헬기가 미숙해 상황이 정확하게 판단 안 된다” “현장에서 군부대 헬기 철수 시켜달라”는 요구가 계속되자 결국 군 헬기는 구조하지 못한 채 돌아갔고, 신고 약 2시간30분 만에 강원소방 헬기가 출동해 김 일병을 구조했다.
유족은 오후 4시51분쯤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군 당국이 부모에게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다,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설명한 점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김 일병 부모는 심정지 상황을 모른 채 아들이 쓸 물품을 챙겨 병원으로 향하다 사망 소식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김 일병의 영결식을 군단장(葬)으로 엄수했다. 김 일병을 순직 처리하고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한 군 당국은 그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김 일병을 냉동고에 안치하려 했던 유족 측은 사건이 군사경찰에서 민간경찰로 이첩됨에 따라 고심 끝에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당시 김 일병의 아버지는 장례 이틀째이자 사건 발생 35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군단장에게 “그간 나타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죄송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김 일병 부친은 “굴러떨어진 게 맞는지도 의문스럽다”며 “발견 지점은 등산로도 아닌 산길에서 100여m 떨어진 암벽 아래로, 그 정도로 굴러떨어졌으면 몸에 여러 골절상이 있어야 한다는 산악 전문가들 의견과 달리 아들의 몸에는 심각한 외상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12월9일 3박4일 휴가 나오기로 했었다”며 “‘휴가 나오면 그때 봬요’ 이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김 일병은 경추 5번 골절과 왼쪽 콩팥 파열로 인해 숨졌다. 그 밖에 등뼈 골절과 심폐소생술(CPR) 중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갈비뼈 골절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A 중사와 B 하사, C 소대장 등 3명이 김 일병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텅 빈 쌀통에서 71억”…조정석·남궁민·안보현, 공사장 전전한 배우들의 ‘훈장’
- ‘200억 전액 현금’ 제니, 팀내 재산 1위 아니었다! 블랙핑크 진짜 실세 따로 있다
- “스타벅스 빌딩까지 다 던졌다” 하정우, 7월 결혼설 앞두고 터진 ‘100억원’ 잭팟
- “100억 빌딩보다 ‘아버지의 배’가 먼저”… 박신혜·박서진·자이언티가 돈을 쓰는 법
- 침묵 깬 김길리, 빙상계 ‘발칵’ 뒤집은 ‘최민정 양보’ 루머에 직접 입 열었다
- “1년 내내 노란 옷 한 벌만” 정상훈, 14번 이사 끝에 ‘74억’ 건물주
- “통장에 1600만원 찍혀도 컵라면 불렸다” 박형식, ‘식탐’ 소년의 눈물겨운 억대 보상
- “비데 공장 알바서 45억 성북동 주택으로”… 유해진, 30년 ‘독기’가 만든 자수성가
- “매일 1만보 걸었는데 심장이”…50대의 후회, ‘속도’가 생사 갈랐다
- “부모님 빚 갚고 싶었다”… ‘자낳괴’ 장성규가 청담동 100억 건물주 된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