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통제가 되레 ‘저비용 생성형 AI’ 개발 발판 됐다

김빛나 2025. 1. 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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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때리기’ 직전 AI칩 다량 확보
中정부 지원 화웨이 AI반도체 개발
수출통제가 저가칩 설계 혁신 자극
AI 선점 야욕 미국에 큰 충격 안겨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AP]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쏘아올린 중국의 AI 역습에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은 지난 몇 년간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대(對)중국 수출규제를 추진했음에도 딥시크가 미국의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비용 10분의 1로 그에 맞먹는 AI 기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출 통제라는 위기가 오히려 중국에게 ‘저비용 고사양’ AI 개발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분의 1 비용’ 딥시크 탄생, 어떻게 가능했나=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챗GPT에 맞먹는 성능을 지닌 AI 추론모델 ‘R1’을 개발한 딥시크의 성공 배경은 크게 ▷美 수출 통제 한계 ▷중국 지원 효과 2가지로 요약된다.

앞서 딥시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이었던 지난 20일 R1을 공개했다. 딥시크는 R1의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o1’을 일부 능가했다고 밝혔다. 딥시크가 밝힌 R1 개발비는 557만6000달러(약 80억원)로, 오픈AI GPT4 개발비의 10% 이하 수준이다.

테크 업계에서는 딥시크의 성공 요인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의 한계를 꼽았다. 미국은 2022년부터 엔비디아 등 세계 유수 반도체 제조업체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정보기술매체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딥시크는 당시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 엔비디아 AI칩 A100을 상당량 비축했다. 비축량은 1만개에서 최대 5만개로 추산된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는 2023년 중국 테크 매체 36Kr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는 엔비디아 A100을 최소 1만대 이상 보유한 몇 안 되는 중국 기업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만든 저사양 H800 모델도 대량으로 보유 중이다.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V3’ 모델이 H800을 사용해 훈련됐다고 밝힌 바 있다. H800은 2023년 제재 기준이 강화되면서 수출 제한 대상이 됐다. NYT는 “딥시크는 미국의 기술 통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몇년 동안 AI칩을 확보했다”며 “바이든 정부가 H00수출 규제를 하기까지 1년이나 걸리면서 중국 기업들은 AI칩을 비축했다”고 평가했다.

제한적으로 AI칩을 확보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가성비’ 제품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내놓은 AI 모델들이 엔비디아 칩 약 1만6000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딥시크는 고사양 엔비디아 칩 2000개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어센드 910C 칩 등을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반도체 자립·중국 국내파 양성 성과=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발판으로 기술 자립을 이룬 덕도 있다. 딥시크가 지난 20일 공개한 추론모델 ‘R1’의 경우 화웨이 어센드 910C 프로세서에서 추론을 실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기술 제재를 받는 화웨이는 최근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자립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YT는 “일부 중국 컴퓨터 엔지니어들은 화웨이의 AI 칩 성능이 엔비디아에 비해 훨씬 떨어지더라도 딥시크 모델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규제가 시작되자 대학에 장학금과 연구 보조금을 제공하고 산학 협력을 장려하는 등 AI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딥시크는 창립자 량원펑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인력도 대부분 중국 국내파로 알려졌다.

마리나 장 시드니공과대학 부교수는 “미국 수출 통제는 딥시크 같은 중국 AI 기업들이 혁신하도록 만들었고, 중국 기업들은 더 적은 수의 반도체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제프리 딩 조지워싱턴대 교수도 “미국 기업들은 더 많은 AI칩과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집중했다”며 “반면 중국은 반대로 미국의 수출제한때문에 더 적은 비용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를 찾았다”고 말했다.

▶챗GPT 데이터 빼돌렸나…美 추가제재 반격=위기를 기회로 만든 ‘딥시크 쇼크’로 미중 AI 패권전쟁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딥시크가 사용한 ‘증류(Distillation)’ 기술을 두고 미국 정부의 반격이 예상된다. 증류는 기존 AI 모델의 답변을 학습하고 훈련하는 기술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기업이 증류를 가장 무서워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증류 기술로 ‘제2의 딥시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증류 기술은 아인슈타인과 대화를 몇 시간 한 뒤,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식이 쌓이는 효과를 가진다”고 비유했다.

딥시크는 과거 메타나 알리바바가 개발한 AI 모델을 증류해 사용했고, 이번 ‘R1’ 모델은 챗GPT 모델을 증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29일 “중국에 기반을 둔 기관들이 자사의 AI 도구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빼내려고 하는 여러 시도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자사 시스템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사용해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술을 구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내각 인사들도 딥시크를 경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딥시크가 정당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훔치고 침입하고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우리가 계속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제한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라고 규제를 암시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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