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대상'의 유재석, 아직 우리는 유느님에게 바랄 게 많다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5. 1. 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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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유재석이 지난 29일 'SBS 연예대상'서 대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BS

2005년, 쏟아지는 꽃다발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도 없을 만큼 긴장했던 한 남자는 2024년,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두를 아우를 만큼의 여유를 뿜어냈다. 정확히 20년 동안, 20개의 대상이다. 개그맨으로 시작해 이제는 예능인, 방송인으로 부를 수 있는 대상이 드디어 20개의 대상 트로피를 모았다.

유재석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원래 지난해 12월31일 방송됐어야 할 '2024 SBS 연예대상'이 방송된 지난 29일 제일 마지막,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유재석은 지난해 15년째 지속한 '런닝맨'을 포함해 새로 론칭한 '틈만나면,'을 통해 그만의 순발력과 현장 진행능력의 진수를 보였다.

유재석은 대상 수상과 함께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막바지에 "여러분, 제가 해냈습니다"라고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평소 겸양을 내세우며 자신의 이득을 결코 주변에 잘 내어 보이지 않았던 그의 성향으로 미뤄봤을 때도, 이번 20번째 대상 트로피는 그만큼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

자연스럽게 2005년 그가 처음으로 대상으로 호명됐을 때가 떠오른다. 유재석은 1991년 'KBS 대학개그제' 장려상으로 KBS 공채 7기로 데뷔했다. 처음 대상이 데뷔 14년 만이었다. 장소 역시 그가 '대학개그제'를 공연했던 여의도 KBS 공개홀이었다. 2000년대 초반 '해피투게더'의 '쟁반 노래방' 코너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던 그는 시즌 2였던 '프렌즈'를 통해서도 '친구 찾기' 코드로 유려한 진행능력을 선보였다.

첫 수상에서 유재석은 "가진 것에 비해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쏟아지는 꽃다발 세례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도 못하고 긴장감 속에 소감을 내놨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이번 수상에서는 주변 스태프와 동료 출연자 그리고 '웃음이 필요한 대한민국'까지 언급하며, 대한민국 예능을 둘러싼 환경의 의미까지 짚어내는 혜안을 보였다.

유재석이 지난 28일 열린 'MBC 연예대상'서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한 후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MBC

2005년 이후부터 유재석은 2016년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까지 포함해 한 해도 대상 수상자에서 빠지지 않았다. KBS에서는 2005년 '해피투게더 2'를 비롯해 2014년 '해피투게더 3'와 '나는 남자라'로 두 번, MBC에서는 2006년과 2007년, 2009년, 2014년과 2016년 '무한도전'으로, 2020년과 2021년은 '놀면 뭐하니?'로 대상을 받았다. 2006, 2007, 2009, 2010년에는 '놀러와'도 포함돼 있었다. 

SBS에서는 2008년 '패밀리가 떴다'와 '기적의 승부사'를 시작으로, 2009년 '패밀리가 떴다', 2011~2012년 '런닝맨', 2019년과 2022년으로도 '런닝맨'으로 수상했다. 여기에 2015년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2024년은 '틈만나면,'이 곁들여졌다. 2013년과 2021년에는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 모든 분야들이 모이는 백상예술대상의 영예도 두 번이나 안았다.

종합하면 MBC와 SBS에서 각 8회, KBS와 백상은 각 2회의 대상 트로피를 안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을 주력 예능인으로서 서 있는 경력 자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20년 동안 줄기차게 대상 후보자로 등장하면서 대상 트로피 역시 20개를 모았다는 사실은 유재석이 지금 대한민국 예능의 역사에 갖고 있는 영향력을 입증하는 사례다.

그의 대상 이력을 보면 대한민국 TV 예능의 흐름도 알 수 있다. 초반 '해피투게더'나 '놀러와' 등 스튜디오 토크가 강세였던 2000년대 초반, '무한도전'과 '런닝맨'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의 리얼 버라이어티, 여기에 '동상이몽'으로 대표되는 관찰 예능의 2010년대 후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유재석이 이 모든 형태의 예능에 다 장점이 있으며, 이른바 '지붕이 있는' 스튜디오 예능부터, '지붕이 없는' 야외 예능까지 고루 섭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유재석은 지난해에도 방송사를 통틀어 최고의 토크쇼로 불리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을 이끌고 있으며 KBS2 '싱크로유', tvN '아파트 404'에 출연했다. 여기에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의 '더 존:버텨야 산다'를 세 번째 시즌까지 가져왔으며, 유튜브에서는 담장과 한계가 없는 토크쇼 '핑계고'와 여기에서 파생된 여행 예능 '풍향고'까지 히트시켰다. 과거 지상파가 유재석의 터전이었다면 지금은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여기에 OTT 플랫폼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웹 예능까지 섭렵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안테나

그런 의미로 2024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그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을 때도, 그의 아우라는 짙게 드리웠다. 대상 수상자 전현무조차도 "(유)재석이 형님이 'MBC는 네가 타라'는 말에 안심했다"는 멘트를 할 정도였으며, '베스트 커플상'을 하하와 함께 수상했을 때도 대상 수상 못지않은 호응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유재석의 의미와 존재감을 20년이 지난 지금에서 다시 논한다는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일 수 있다. 그는 이미 대상 수상에 있어서는 조용필의 기록을 넘어서는 인물이 됐으며, 국가에서 주는 '대중문화예술상'에서도 이제는 훈장만을 남긴 '대통령표창'의 수상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의 20번째 대상은 유재석 '1인 체제'의 세대교체에 나설 인물이 그만큼 나타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재석은 1972년생으로 우리 나이로는 올해 쉰셋이 되는 34년 차 예능인이다. 물론 발군의 기량과 노력,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이지만 그가 활약하던 20년 동안 우리나라의 예능은 그와 비견될 만한 새로운 얼굴을 키우지 못했다는 사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함께 언급되던 이들이 많았지만 어떤 이는 빠르게 소진됐고, 어떤 이들은 충분히 올라서지 못했다. 유재석이 원하는 그림도 그의 '20년 장기집권'은 분명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20년째 받은 스무 번째 트로피에 괜한 참견을 길게 하는 것도 축하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어쨌든 유재석은 이번 수상으로 더욱 더 '불후의 예능인'으로서 그의 입지를 굳혔으며, 앞으로 얼마만큼 롱런을 할 수 있을지 더욱 경이롭고,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는 하나의 사례를 꾸준히 새기게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하나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지고 깨며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신문을 독파하고, 다른 예능인의 프로그램을 모두 모니터하는 성실함은 모두가 지켜볼 '모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방송가에는 축복과도 같다. 20년, 20개의 트로피는 어쩌면 그 모든 것의 새로운 시작과 같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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