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中토종 괴짜, 139명 연구인력으로 1200명 美오픈AI ‘저격’
중학교 때 이미 대학 수학 실력… 동료들 “헤어스타일 엉망인 괴짜”
“관성에 빠지면 혁신 어려워져”… 유학 경험 없는 젊은 인재 채용
경력 3∼5년차 직원이 최고참
전 세계에 중국산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량원펑(梁文鋒·40) 창업자와 그의 독특한 인재 채용 방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AI 업계가 관성과 타성에 젖으면 혁신이 어려워진다는 신념하에 경험이 적은 젊은 직원들을 주로 기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연구 인력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토종 인재로 채워졌다.
또한 그는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소스 코드와 설계도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오픈 소스’ 개념의 신봉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게 된 것도 오픈 소스의 역할이 크다며 “오픈 소스는 ‘비즈니스 관행’이 아닌 ‘문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 개발 인력 139명… 오픈AI의 11.6%에 불과
현지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2023년 5월 설립된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139명. 설립 후 전체 인력을 150명 안팎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R&D 인력인 셈이다.
이는 경쟁사인 미국의 주요 AI 기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연구원만 약 1200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오픈AI의 11.6%에 불과한 인력으로 비슷한 성과를 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각각 7000명과 5000명의 AI 개발 인력을 두고 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딥시크의 여성 개발자 뤄푸리(羅福莉·30)도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사범대와 베이징대를 졸업한 그는 2022년 딥시크에 입사한 후 ‘AI 천재 소녀’로 불릴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를 눈여겨본 샤오미 측에서 연봉 1000만 위안(약 20억 원)을 제시하며 스카우트하려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딥시크의 기업 문화 또한 직급, 연공 서열 등을 중시하지 않는다. 이에 저장성 항저우 본사의 사무실은 기업 사옥이 아니라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 ‘너드’에서 ‘세계적 AI 기업가’로
2002년 항저우의 공학 분야 명문대 저장대에 입학했다. 같은 학교에서 2007년 전자정보공학 학사, 2010년 정보통신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통계학, 수학 등에 기반한 금융투자 ‘퀀트 트레이딩’에 심취했다. 이 시기 현재 세계 최대 민간 무인기(드론) 기업을 이끌고 있으며 역시 저장성 출신인 왕타오(汪滔) DJI 창업자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았다. 이를 거절하고 2015년 퀀트 전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를 세웠다.
량원펑은 2019년 투자 기법을 정교화하기 위해 하이플라이어 내에 AI 딥러닝 플랫폼을 개발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2021년 10억 위안(약 2000억 원)을 투자해 1만 대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으로 구성된 딥러닝 프로그램 ‘파이어플라이어1’을 만들었다. 당시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소수의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하이플라이어는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A100을 보유한 회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와 일했던 동료는 FT에 량원펑을 “끔찍한 헤어스타일을 한 ‘너드(nerd·괴짜)’였다”고 전했다. 또 량원펑이 1만 개의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던 것에 대해 “그 야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량원펑은 딥시크를 창업할 때부터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AI, 즉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개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당국 “여객기-軍헬기 추락사고 생존자 없는듯”
- [사설]전 세계 흔든 中 ‘딥시크 쇼크’… 韓엔 더욱 버거워진 AI 경쟁
- [사설]제주항공 참사 한 달 만에 에어부산 화재… 비행기 타기 무섭다
- 설연휴 양자대결 민심은…이재명 오차밖 우세, 오세훈-홍준표와 동률도
- 與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 과거 편향된 글 다수” vs 野 “생트집 잡기”
-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히어로콘텐츠/누락④-상]
- [사설]연금개혁, 여야 합의한 ‘보험료율 13% 인상’부터 처리하라
- 尹, 계엄 직전 국무위원들에 “와이프도 몰라, 화낼 것 같다”
- 尹, 조만간 보석 청구 방침…기소뒤 “계엄이 어떻게 내란이냐”
- 金여사, 3년전 영상서 “극우들은 미쳤다…극우·극좌 없어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