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깐부 아베는 없지만”…미국과 정상회담 앞두고 과외받는 일본 총리
안보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아
방위비 인상 등 선제적인 조치도
민간 차원서 대미 투자 선제 발표
관세 등 경제 문제에는 단호 입장
특히 1기 때 트럼프 대통령과 탄탄한 ‘브로맨스’를 형성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으로 이를 대체할 인물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와 회담하게 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치 스타일은 아베 전 총리와 간극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답지’를 찾기 위해 일본 정·관계와 재계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아사히신문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주도로 외무·경제산업·재무·방위성 담당자들이 모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정책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아키바 다케오 전 국가안전보장국장도 포함됐다.
일본 내부에서는 8년 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계속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불안정한 중동 정세, 치열해지는 중국과의 패권 다툼, 혼란한 한국 정세 등의 난제 때문에 일본에 대한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적으로 돌리지는 않겠지만 ‘먼 친구’ 정도의 의미로 보고 있다”며 “경제와 안보 양 측면에서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도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통상적인 업무를 내려놓고 미·일정상회담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최근 만난 사람들을 연쇄 접촉하며 ‘과외’도 받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국에 거액 투자를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2시간 30분에 걸쳐 저녁을 함께하며 트럼프와 관련된 정보를 얻었다. 최근에는 트럼프 1기 때 주미일본대사를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만나 조언을 듣기도 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1기 때 환심을 샀던 아베 총리의 외교 수법도 참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일정상회담 때마다 일본기업의 미국 내 투자액과 고용 증가 내용 등을 지도에 담아 트럼프 대통령에 설명했다. 정량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경제 제재를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전략이었다.
닛케이는 “미일 동맹에 기반한 미국의 ‘핵우산’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를 반드시 지켜낸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 이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국의 일본에 대한 방위 의무를 정한 ‘미일안보조약 제5조’가 오키나와와 센카쿠 열도에 적용되는 것을 재차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센카쿠 열도의 경우 지난해 중국 당국 선박이 일본 측 접속수역에서 항행한 일수가 353일로, 2012년 일본의 국유화 선언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서는 한미일 3국이 공동 대응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일본 측의 기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배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협상을 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배제됐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주일 미군 주둔비 부담 확대 등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방위비 인상 카드로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지난 2022년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2027회계연도에 방위 관련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고, 5년간 방위비로 약 43조엔(약 401조원)을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 방위비를 전년도보다 10% 가까이 늘린 8조6691억엔(약 80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일본 방위비가 8조엔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사에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새로운 방위비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GDP의 2%에 매몰되지 않고 일본 주변의 갈수록 어려워지는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충분한 숫자인지는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도 10%의 추가 관세 의사를 밝혔다. 철강이나 알루미늄, 반도체, 희토류 등 특정 중요 제품을 대상으로 모든 국가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경제산업성 관료를 인용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340억달러가 넘은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의 감축을 요구해올 것”이라며 “일본이 강점을 가진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이 이뤄질 경우 이의 대체재를 찾는 노력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다자간 경제협력 체제의 붕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를 선호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P)에서도 사실상 탈퇴한다는 입장이다.
또 무역적자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등에 비해서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동맹국으로서 무역적자와 관련해 대중국 제재를 취할 때 일본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자원외교 부분도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확대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운 가운데 일본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선언할 경우 트럼프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3년 기준 일본의 LNG 수입은 호주와 말레이시아, 러시아의 3곳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8%에 불과하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는 것은 일본의 안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미 일본 대형 해운사 3곳은 2013년 초까지 LNG 운반선을 기존 대비 47%가량 늘릴 계획이다.
정부 차원 외에도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사저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임기 4년간 1000억 달러(약 144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또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업인 스타케이트 설립을 위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등과 함께 5000억달러(약 718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일본 정부는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 등 주요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에는 미·일정상회담을 전후해 이들 기업의 미국 투자 발표가 활발하게 전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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