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유아 사교육 기획] 8년 전 멈춘 통계…초중고보다 격차 더 심각
[EBS 뉴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사교육 악순환이 시작되는 현실, 정부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영유아 사교육비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가 차원의 시범 조사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결과도 알려지지 않은 채 중단됐습니다.
EBS 취재진이 그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는데요.
정책 공백 속에서 벌어져 있는 격차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살 딸이 다니던 유치원에서 날아온 공지.
곧 문을 닫고 영어학원, 일명 '영어유치원'으로 바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갑자기 대체 기관을 찾기도 어려워 일단 보내보기로 했는데, 한 해 원비가 6백만 원 더 늘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자녀 셋 사교육 참여)
"(바뀌기 전에는) 거의 전액 무료였었는데 영어유치원은 나라에서 지원하는 것과 별개잖아요. 부담이 되죠. 근데 이제 아이가 다니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보내는 거죠."
이 같은 '영어유치원'은 조기 사교육을 부추기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한 달 원비는 보통 백만 원을 훌쩍 넘는데, 지난 4년 동안 그 숫자가 40%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집 5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것과 대조적입니다.
놀이학교와 각종 학습지까지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수조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확한 규모는 알 길이 없습니다.
초중고 사교육비는 2007년부터 해마다 국가가 통계로 발표하지만, 미취학 아동의 사교육비는 집계에서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영유아 사교육이 사각지대에서 방치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통계청은 2017년, 시험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본조사 방법을 발표하겠다던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
"그때 당시에 담당자가 아니라서 일단은 조금 양해 말씀을 드리고요. 왜 실시를 안 했냐는 부분들보다는 어떻게 영유아 쪽에서 이것들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들을 어떻게 담아서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진행된 걸로…."
EBS 취재진은 당시 시험 조사 결과를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2017년 기준, 초등학교 입학 전 유아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사교육을 수강하는 이유 1위는 초등학교에 대비한 선행학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공교육 이용 여부에 따라 사교육비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겁니다.
이들 기관에 다니는 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만 3천 원, 사교육에 참여한 아이들로만 좁히면 월평균 12만 4천 원을 썼습니다.
그런데, '가정양육'을 하는 아이들은 월평균 38만 6천 원, 사교육을 받는 아이로만 좁히면 월평균 60만 2천 원을 썼습니다.
당시 초중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 27만 2천 원을 훨씬 웃돕니다.
가정양육을 하는 아이들 사이에선 소득에 따른 참여율 격차도 컸는데요.
가구 수입이 800만 원 이상일 때는 98.7%, 200만 원 미만일 때는 13.4%로 벌어졌습니다.
가정양육을 받는 영유아와 초중고등학생 1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소득수준별로 따져 분석해봤을 때도, 격차는 뚜렷했습니다.
소득이 800만 원을 넘는 가정과 200만 원이 안 되는 가정의 사교육비 격차가, 초중고등학생은 5배 차이가 나지만, 가정양육 영유아는 112배로 크게 벌어집니다.
초중등과 달리, 영유아기는 법상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고, 공교육 인프라도 부족한 편인데요.
이 틈새를 파고든 사교육 시장이 출발선부터 격차를 크게 벌려놓고 있는 겁니다.
영유아 사교육이 무서운 속도로 팽창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재작년, 영유아 사교육비를 다시 통계에 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3년 6월 26일)
"특히 영유아 쪽은 워낙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조기에 통계에 반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EBS 취재 결과, 정부는 지난해 6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조사를 마치고, 곧 분석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어린이집 4천800명과 유치원 4천700명, 가정양육 3천600명이 조사 대상입니다.
하지만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시험 조사 방식이고, 해마다 정례화할지도 불투명합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
"초중고랑 같이 매년 발표하실 계획도 있는 거예요?
-이번에 심층 분석하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들도 저희가 검토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지난해 발표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는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27조 1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나마 통계라도 있어서 공론화와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고 있지만, 취학 전 아동에 대해선 이런 노력조차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강경숙 국회의원 / 조국혁신당
"교육에서 얼마만큼의 사교육비 예산이 쓰이고 있어서 공교육에 필요로 한 정책이 세워져야 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꼭 공개적으로 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발표도 돼야 합니다."
유아기부터 국가 책임을 강화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약속.
하지만,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 속에 사교육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기회의 격차도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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