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최측근’ 이상민 “미리 알았다면 더 적극 만류”···내란 공범 선긋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이 선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회의 정치활동 전면 금지를 담은 계엄포고령 내용을 사전에 알았다면 더 적극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만류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판사 출신인 이 전 장관조차 계엄이 위헌·위법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내란 동조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이 전 장관이 혐의를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이 전 장관은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니 각료 입장에서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선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밝혔는데, 이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정무적인 발언이었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입법부에 대한 계엄 통고도 누락되고 국무회의의 결함이 사후에 지적된다”며 “당시 계엄의 실질적인 내용이 행정과 사법만이 아니라 입법부 방해까지 한다는 내용을 미리 알았더라면 더 강력하게 대통령을 만류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자신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사실이나 국회의 정치활동 전면 금지 등을 담은 위헌·위법적인 포고령 내용 등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상식적으로 계엄군을 투입할 정도로 사회질서가 혼란스러워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계엄법에 규정된 비상계엄 선포 요건인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윤 대통령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진짜 안 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말렸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묵살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고 한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무위원 일부가 비상계엄 선포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와 배치되는 진술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일 밤 10시에 KBS 생방송이 잡혀있다며 선포 강행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국무회의 참석자, 회의 시작·종료 시간, 발언 요지 등을 기록해 놓을 것을 지시했으나, 해당 직원은 ‘국무회의 자리에 있지 않아서 발언 내용을 모른다’며 사실상 세부 내용 작성을 거부했다고 한다. 국무회의록 작성 주체는 행안부인데, 당시 국무회의엔 행안부 의정관이 사전공지를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 전 장관이 절차상 회의록 작성이 필요함을 알고 기록을 남길 것을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과 행안부 모두 이날 국무회의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헌재에 회신한 상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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