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는 꿈의 직장"…尹 끝까지 지킨 진짜 이유

조철오 2025. 1. 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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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취준생이 선망하는 '업계 탑티어'
'대통령 쉽게 뺏기면 조직 망한다'
불안감 노린 경찰, 尹 체포 전략에 사용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1월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경호처가 업계 취업시장 내 정점입니다. 경찰·소방·대기업 등과 비교할 수 없어요.”

수도권의 한 광역경찰청 특공대에서 근무하는 A씨는 한 때 경호처에 취업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육군 특수부대 부사관으로 전역한 그는 경찰 입직 전 경호처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했다. A씨는 “타 기관 채용과 비교하면 보다 높은 급수로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급여, 승진속도, 명예 등을 따졌을 때 압도적으로 낫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씨는 치열한 경쟁에 밀려 번번이 낙방했고 차선책으로 경찰 특공대를 택했다.

젊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경호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의 대통령 체포 작전 집행 당시 서울 한남동 관저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정치 논쟁의 중심에 섰다. 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끝까지 보호한 이유로 조직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수사 기관과 날을 세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비호’를 목적으로 탄생한 경호처는 수장을 당장 외부에 뺏길 경우 후임 대통령에게 신임을 얻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공무원 업계 ‘탑티어’

30일 업계에 따르면 경호처는 경호 임무만을 전담하는 중앙정부 내 유일한 공식 기구다. 1963년에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탄생한 경호처는 ‘하나 된 충성, 영원한 명예’를 모토를 내걸었다. 국가정보원과 함께 법상 조직원의 신분을 공개할 수 없을 만큼 보안을 요구한다.

대통령 경호처 SNS에 게시된 영상 중 일부 갈무리

62년 된 경호처는 취업시장에선 모두가 가고 싶은 선망의 직장이다. 유명 공무원 시험 학원에선 ‘경호처반’을 따로 운영할 만큼 수요가 많다. 사교육 시장에선 경호처 지원자를 대상으로 종종 ‘합격 전략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500명 가까이 근무하는 경호처는 해마다 약 10명을 7급 대우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상 정확한 채용 정보가 비공개 되지만 매년 수백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가 많다. 대외적으론 경호학과 졸업생이나 특전사 출신을 선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고학력·고스펙자가 상당수를 이룬다. 성인 취업 준비학원 J사에서 경호처반을 운영하는 강사 B씨는 “경호처는 지덕체 등을 다 함께 보는 조직”이라며 “단순히 무도실력, 체력 등이 우수하다고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 실력, 근성, 지구력 등을 더 높게 평가할 만큼 현명하고 똑똑한 인재를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내부에선 대학 파벌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문고리? “국회의원도 읍소한다”

경호처의 가장 큰 매력은 명예다. 정치권에선 경호처가 국내 최고 정점 권력자인 대통령을 아주 가까이서 보좌하고 통제하면서 ‘문고리’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정치권 관계자 C씨는 “대통령이 누굴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경호처 직원을 통해 알 수 있다 보니 유력 정치인들은 경호처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며 “급할 때는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하기 위해 경호처 관계자에게 전화를 건다”고 설명했다.

타 기관에 비해 빠른 승진도 한몫한다. 경찰의 경우 경찰대를 졸업한 우수한 인력이 간부로 임관할 경우 7급으로 공무원을 시작한다. 이 경우 상당수가 4급으로 퇴직한다. 반면 경호처의 경우 경찰보다 빠르게 높은 급수로 진급이 가능하다. 인원수가 적어 승진 경쟁이 덜 치열한 것도 장점이다.

한때 장관급이기도 했던 경호처장은 차관, 차장은 1급, 기획관리실장·경호본부장·경비안전본부장·경호지원본부장 등은 2급이다. 이 때문에 직장인 전용 익명 소셜미디어 ‘블라인드’에선 공무원들이 경호처가 가장 좋은 공공기관으로 평가한다. ‘경찰·소방 간부보다 더 낫다’ ‘타 기관 간부와 비교해도 차원이 다르다’ ‘압도적으로 낫다’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엘리트 조직 흔들린다’ 불안감 파고든 경찰

경찰은 ‘엘리트 집단’으로 평가받는 경호처의 심리를 윤 대통령 2차 체포 작전에 활용했다. 대통령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없애주고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주도록 경호처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꿈의 직장’이란 경호처의 공고한 위상을 지켜주면서 경찰이 원하는 실익을 얻은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공수처가 주도한 1차 윤 대통령 체포 작전이 예상치 못한 경호처의 거센 반발로 실패로 끝난 뒤 경찰은 장고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공수처는 작전 당시 윤 대통령을 향하면서 경호처를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다. 공수처에선 영장을 집행하면 경호처가 알아서 문을 열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조직의 습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패착이 돼 버렸다.

2차 체포 작전을 앞두고 경찰은 윤 대통령 대신 경호처를 우선 공격했다. 단일대오로 대통령을 지켜야한다는 명분을 무너뜨리기 위해 “법원이 발행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 간부가 방해한다”는 명목으로 처장·차장 등 고위직에겐 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압박했다. 대신 하위 직원에겐 ‘가만히 있으면 봐준다’며 유화책을 펼쳤다.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경찰 수사를 가로막을 경우 경호처 직원들은 개개인의 연금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되는 점을 노렸다. 대통령 대신 경호처를 안팎으로 흔들면서 경찰은 손 쉽게 관저를 뚫을 수 있었다.

대신 경호처는 대외적으로 1·2차 체포 작전에서 수사기관에 맥없이 무너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게 됐다. 차기 대통령에게도 “우리가 열심히 보좌했다”란 변명거리를 확보한 셈이 됐다. 한 정치 평론가 D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신을 보좌할 경호처가 쉽게 뚫리는 것을 좋아하겠느냐”며 “어떻게든 열심히 했다는 인상을 남기고 패배하는 것이 경호처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경호처에게 명분을 주는 방식으로 대통령 체포 전략을 수립했다”며 “경호처의 현 위상, 상황, 이해관계 등을 이번 작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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