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 반군, 동부 거점 도시 장악…‘긴급 휴전 회담’도 무산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10여년 만에 동부 거점 도시를 장악했다.
29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르완다 지원을 받는 반군 ‘M23’은 동부 최대 도시 고마를 장악한 뒤 남쪽으로 진격을 시작했다. 민주콩고 정부군은 유엔 평화유지군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 등 외국 파병군의 지원을 받았지만 격렬한 전투 끝에 항복했다. 이 과정에서 100명 이상이 숨졌으며 시내 곳곳에선 살상과 약탈, 폭력이 벌어졌다.
반군은 고마 전체를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전이 대부분 잦아든 이날 고마 시내에는 M23 부대와 르완다 병력만 남아 도시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은 200만 인구가 사는 고마에 새 정부를 세우겠다고 AP에 밝혔다.
반군 진격을 막기 위한 시위도 격화했다. 전날 수도 킨샤샤에서는 “반군을 지원하는 르완다를 압박해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대가 미국, 프랑스, 르완다 대사관 등을 공격했다. 미국은 현지 대사관을 폐쇄하고 자국민에 출국을 권고했다.
고마는 르완다와 인접한 동부 국경 북키부주의 주도다. 콜탄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르완다는 2012년에도 반군을 동원해 고마를 점령했으나 국제사회 압박으로 일주일 만에 철군했다. 이후 활동이 뜸해졌던 M23은 2021년부터 무장 공격 활동을 재개했으며, 결국 10여년 만에 다시 고마를 점령했다. 현재 민주콩고에 주둔하는 르완다군은 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내전이 “2012년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제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무리티 무티가는 “르완다와 M23은 민주콩고가 과거 평화 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 쉽게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대담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던 제 1·2차 콩고전쟁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는 르완다와 반군을 강하게 비난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주콩고의 주권을 존중하라”며 휴전을 압박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르완다가 민주콩고 영토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반군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휴전 회담은 난항을 겪고 있다. 케냐, 앙골라 등 중재국은 카가메 대통령과 펠릭스 차세케디 콩고 대통령 간 긴급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이날 차세케디 대통령이 돌연 불참 의사를 통보해 무산됐다. 차세케디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르완다군 수천명이 우리 땅에 들어와 긴장을 키우고 있다”며 군사적 반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내 최빈국으로 꼽히는 민주콩고에는 100개 이상 무장 반군이 활동 중이다. 여기에 광물 자원을 노린 외부 세력까지 개입하면서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콩고는 세계 최대의 코발트 생산지이며 전기자동차와 휴대전화의 핵심 재료인 탄탈륨과 콜탄, 금 등 자원도 다량 매장돼 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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