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한남동 관저, 한예종… 尹의 논쟁적 공간 [관점+]

이윤찬 기자 2025. 1. 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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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석관동 산 1-5번지.

권력의 공간은 현재보단 '과거의 기능'으로 기억된다.

까닭을 가늠할 순 없지만, 계엄의 망령이 한예종이란 '공간'을 파고든 건 사실이다.

청와대행의 무조건적인 거부, 대통령 집무실의 졸속 용산행, 대통령 관저의 느닷없는 변경까지. 그리고 이들 공간에선 예외 없이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고, 논쟁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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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윤석열의 논쟁적 공간 탐구 1편
의릉, 중정, 한예종으로 이어진 공간
권력자 공간, 과거 기능으로 기억돼
논쟁적 공간 유독 많았던 尹 정부
당선 후 청와대행 무조건적인 거부
대통령 집무실 졸속으로 용산 이전
한남동 관저 느닷없이 변경한 이유
예비비, 탄핵 등 각종 이슈와 맞물려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의 모습. [사진 | 뉴시스]

# 상징의 교체

서울 성북구 석관동 산 1-5번지. 1966년 12월 박정희 군사정권은 의릉懿陵(조선 경종과 선의왕후의 능)이 있던 이곳에 '공포정치'의 상징을 만들었다. 중앙정보부(중정) 이문동 청사였다.

42만㎡(약 13만평) 널찍한 터에 그들은 건물과 강당을 만들었다. 외래종의 꽃과 나무도 촘촘하게 심었다. 의릉 앞엔 연못을 판 다음 잉어를 풀었다. 왕조의 공간은 그렇게 군부의 심장이 됐다. 서슬 퍼런 역사의 한 토막이다.

[※참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남산 중정은 본관이다. 여기엔 대공對共과 국내 정치를 다루는 중정의 부서들이 입주해 있었다.]

# 군부와 신군부

그로부터 20여년이 훌쩍 흐른 1988년. 신군부의 주역이었지만 헌정 사상 첫 직선제로 대통령직을 거머쥔 노태우는 '군부 이미지'를 세탁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노태우 세력은 '보통 사람'콘셉트와 '문화발전' 모토를 동시에 내세웠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1991년 12월 설립)다.

공교롭게도 초기 한예종은 군부의 옛 심장 중정의 건물을 받아썼다. 왕의 권력을 탐했던 군부가 만든 공간을 또다른 군부가 없앤 셈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한 단면이다.

# 권력이 머문 공간

권력의 공간은 현재보단 '과거의 기능'으로 기억된다. 의릉은 왕조의 절대권력을, 중정은 왕조를 동경한 군부의 야욕을, 한예종의 건물은 '군부 꼬리표'를 떼길 원했던 신군부의 욕망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공간엔 권력을 상징하는 힘이 흐르고, 권력자는 그 힘을 갖기 위해 다시 공간을 탐한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이 초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 3일. 한예종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출입통제령이 하달됐다. 그날 '출입통제'와 같은 위협적인 명령이 내려간 곳은 전국 대학 중 유이했다(전통문화대).

이유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좌파 예술집단을 겨냥한 경고의 일환이다' '옛 중정의 영화를 갈망한 세력의 입김이 작용했다' 등 이런저런 추론만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넘길 일은 아니다. 까닭을 가늠할 순 없지만, 계엄의 망령이 한예종이란 '공간'을 파고든 건 사실이다. 한예종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희한하게도 윤석열 정부에선 이유를 알 수 없는 '공간의 장악이나 배제'가 많았다.

청와대행의 무조건적인 거부, 대통령 집무실의 졸속 용산행, 대통령 관저의 느닷없는 변경까지…. 그리고 이들 공간에선 예외 없이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고, 논쟁이 일었다.

# 필연과 우연 사이

곱씹어 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윤석열 정부의 공간은 논쟁적이고 비밀스러웠다. 누가, 왜, 그 공간을 선택했는지, 하필이면 왜 그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혹자는 주술呪術과 연결 짓고, 누군가는 애써 우연의 일단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그 '논쟁적 공간'에서 대통령 탄핵이란 비극의 씨앗이 싹튼 건 부인할 수 없다. [※ 참고: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행은 국회의 예비비 감축 이슈, 한남동 관저는 감사원장 탄핵 논란과 맞물려 있다. 이 이야기는 이어지는 파트 기사에서 자세히 다뤘다.]

언급했듯 민중은 권력의 공간을 '과거의 기능'으로 기억한다. 의릉도, 중정도 그랬다. 윤 대통령이 선택한 용산과 한남동도 그럴 거다. 사람들은 과연 '윤석열의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박제할까. '尹의 논쟁적 공간: 잘못 끼운 첫단추'란 새 視리즈에서 답을 찾아봤다. 그 첫장을 지금 연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kr

視리즈 논쟁적 공간
1편 용산행의 역설
2편 제왕의 시작점
3편 한남동 관저와 변곡점
4편 대통령 안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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