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출신 ‘법꾸라지’ 윤석열
같은 처지 놓여 수사·탄핵심판 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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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갖은 불복 수단을 동원해 수사와 탄핵심판에 대응하고 있다. 온갖 법 지식을 이용해 성긴 법망을 빠져나가는 ‘법꾸라지’(법률 미꾸라지)라는 비판을 들었던 이들과 비슷한 행태다.
‘원조 법꾸라지’로 불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992년 12월 일어난 ‘초원복집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부산시장, 부산지검장, 부산경찰청장,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부산지부장 등을 초원복국 식당에 불러 “우리가 남이가”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김영삼 후보 지지를 유도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사건 때문에 대통령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대통령선거법 제36조 1항(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선거운동) 등이 선거운동을 너무 포괄적으로 금지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참정권을 제한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헌법재판소도 1994년 7월 이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김 전 실장 기소는 취소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권력의 정점에 오른 그였지만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2017년 1월 김 전 실장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구속기간 만료로 2018년 8월 석방됐다가 보수단체를 불법적으로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같은 해 10월 다시 구속됐다. 이후 구속기간 만료로 2019년 12월 출소했다. 그리고 국정농단 특검의 ‘윤석열 수사팀장’이 대통령이 된 뒤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지난해 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김 전 실장은 재상고를 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6일 뒤 설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자유의 몸’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은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자 중 하나로 꼽혔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12월7일 열린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의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그는 한동안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국회증언감정법 조항이 있었지만 이를 적용하려면 본인이나 가족이 출석요구서를 수령해야 했다. 우 전 수석은 주거지를 벗어나 지내면서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법률 지식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달 22일에야 국회에 출석한 우 전 수석은 ‘그동안 왜 도망 다녔냐’는 질문에 “(출석 요구가 아니라) 기자들을 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에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의 정보를 수집·보고하도록 하고 국정농단 사태 당시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다. 세번째 구속영장 청구 끝에 2017년 12월에 구속된 우 전 수석은 곧바로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 중엔 자신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직권남용죄 헌법소원도 헌재에서 기각됐다.
징역 1년 형을 모두 채운 우 전 수석에게 남은 족쇄는 변호사 개업 금지였다.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변호사법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에도 ‘검찰 선배’를 위해 윤 대통령이 나섰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2월 우 전 수석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해 복권해줬다. 그 직후 우 전 수석은 변호사로 등록할 수 있었다.
‘법꾸라지의 구원자’로 활약했던 윤 대통령은 선배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자 ‘청출어람’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수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지난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막았다. 이어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지난 15일 체포된 뒤에는 이례적으로 체포적부심까지 신청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공수처의 조사는 체포된 첫날을 제외하곤 모두 거부했다. 결국 공수처는 한차례 조사만 진행한 뒤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했다.
탄핵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헌재가 보낸 탄핵심판 접수통지서부터 수령을 거부했다. 헌재가 다섯차례의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서는 성향 등을 문제 삼아 기피 신청을 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수사와 탄핵심판에서 불복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쓰고 있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반인이 아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수사와 탄핵 절차를 모두 불복하는 것은 사법제도를 불신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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