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사기? 쏟아지는 국민연금 기사 바로보기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근 국민연금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이슈는 크게 네 가지다. 능동적 뉴스 소비자라면 그 출처를 봐야 한다.
첫째, 국민연금 월 300만 원 수급자가 처음 나왔다는 뉴스다. 출처는 연합뉴스의 국민연금공단 자료 및 국민연금연구원 인용 기사다. 24일 6시에 송고되었다. 인용 기사만 40개가 넘는다. 그러나 연합뉴스 인용이라는 표시는 없다. 모두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이라는 출처를 단다.
첫 번째 인용 기사는 6시19분이다. 19분 만에 인용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언론의 놀라운 효율성(?)을 알 수 있다. 효율성의 비결은 거의 원 기사 그대로 쓰는 거다.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오래된 관행이 있다.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할 때는 출처가 연합뉴스가 아니다. 연합뉴스가 밝힌 출처인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한다. 물론 모두 우연히 취재 과정에서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를 직접 보고 이를 비슷하게 요약했을 수도 있다. 다만, 한 시간도 안 되어서 과연 인용한 보고서를 찾아서 읽어보고 요약했기보다는 연합뉴스가 요약 인용한 문건만 보았을 확률이 높다. 이제는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할 때는 '연합뉴스에 따르면'이라고 정직하게 인용했으면 좋겠다.
둘째, 월급 300만 원 30세가 26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65세에 받게 될 연금액은 현재 가치로 80만 원 수준이라는 26일 뉴스다. 출처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다.
셋째, 24년 11월까지 기금수익률이 12.57%라는 24일 기사다. 24년 국내 주식 수익률은 -5%지만 해외 주식 수익률이 무려 30%라고 한다. 출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다.
넷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월 중 국민연금 모수 개혁을 2월 중 완료하겠다는 26일 뉴스다.
이렇게 다양한 국민연금 기사가 3일 동안 쏟아져 나오니 반갑다. 그러나 홍수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맑은 물이라고 한다. 많은 기사가 나오긴 하지만 단편 정보만으로는 국민연금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모순된 두 가지 가치의 조합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국민연금 재정안정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다. 국민연금의 재정을 안정화하려면 많이 내고 적게 받아야 한다. 반대로 노후생활 보장을 하려면 많이 내고 많이 받아야 한다.
연합뉴스의 국민연금 연구원 인용 기사에 따르면 24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 수령액 평균은 65만 원이나 공무원 연금의 1인당 수급액은 248만 원이라고 한다. 이 차이는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오랫동안 많이 내기 때문이다. 납입한 금액 대비 받는 돈의 비율은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비슷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많이 내면 많이 받는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은 얼마를 더 내고 얼마를 더 받는지가 핵심이다. 현재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40년 납부자 기준 자기 월급의 9%를 내고(보험료율) 40%를 받는(소득대체율)다. 보험료율을 13%로 올리자는 것 까지는 여야가 합의했다. 다만 현재 소득대체율을 얼마까지 올릴 것인지는 이견이 있다.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 그리고 국회 국민연금개혁 특위 시민숙의단 결론은 50%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은 13%까지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을 43%에서 50% 사이 값을 정하는 것이다.
일단 정치적으로 정당한 값은 45%와 50% 사이다. 모든 논의는 그간의 토론과 합의에 따른 결과물을 축적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관련해서는 수십 년 동안 수없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21대 국회가 여야 합의로 이룩한 시민 숙의단이다. 시민 숙의단은 치열한 숙의 토론을 통해서 소득대체율을 40% 유지(재정안정론)하는 안과 소득대체율을 50%(보장성 강화론)로 올리는 안 중에서 50% 인상안을 이미 선택한 바 있다.
숙의토론 결과인 50% 값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 합의안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40%와 50%의 두 안 중에서 50%에 더 가까운 합의 값을 도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맞다.
또한, 재정적으로도 45%와 50% 사이 값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투자수익률이다. 그래서 2055년도 국민연금 기금 소진된다는 현재의 예측은 기금 수익률 4.5%를 가정한 결과다. 그런데 기금 수익률 예측 4.5%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래의 투자수익률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으나 과거의 투자수익률을 참고하고 준용할 수는 있다. 1988년부터 2024년 11월까지의 36년간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무려 6.3%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 1185조 원 중에서 납입금은 473조 원에 불과하고 운용수익금만 무려 712조 원이다. 과거 운용수익률을 높이지 않고 유지만해도 2070년에도 기금은 소진되지 않는다.
특히, 국민연금은 자신이 낸 돈의 약 2.2배를 가져간다는 점에서 '폰지사기'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듣는다. 그러나 이는 연금의 운용수익을 고려하지 못한 오류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최소한 자신이 납부한 돈에 붙는 이자는 자신이 가져가야 한다. 딱 평균소득 만큼 버는 1992년생이 자기가 낸 돈에 붙는 이자를 다 가져가는 국민연금 내부 수익률은 5.8%다. 그런데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은 6.3%니 자신이 납부한 돈에서 붙는 이자의 일부를 후세대에게 기부하고 사망한다는 의미다. 즉, 소득대체율 2.2배는 폰지사기가 아니라 '복리의 마법'이다.
언론은 속성상 잘한 것은 기사화 안되고 잘못된 것이 주로 기사화가 된다. 위험이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연금 수익률이 안좋을 때는 기사가 많이 나오지만 좋을 때는 상대적으로 기사화가 덜 된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고려한 소득대체율에 대한 기사가 많아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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