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은 부모가 자식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하니 정말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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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29일 설 명절을 맞아 무안국제공항 분향소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합동 차례가 열렸다.
이날 차례상 앞에서 유가족 A씨(57)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나이 먹은 우리가 자식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하니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지금껏 살면서 가장 슬픈 설"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179명의 희생자의 위패와 영정들로 가득한 공간에는 차례상이 차려지자 유가족들은 신발을 벗고 술을 올리며 가족들에게 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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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부모 보고 자식 제사를 지내라고…"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29일 설 명절을 맞아 무안국제공항 분향소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합동 차례가 열렸다.
이날 차례상 앞에서 유가족 A씨(57)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나이 먹은 우리가 자식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하니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지금껏 살면서 가장 슬픈 설"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상실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맞는 명절에 유족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장례지도사는 전날 30여 명의 유가족이 준비한 나물과 전 등이 차례상에 정성을 다해 올렸고 아침에 끓인 떡국도 상에 올라갔다.
179명의 희생자의 위패와 영정들로 가득한 공간에는 차례상이 차려지자 유가족들은 신발을 벗고 술을 올리며 가족들에게 절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차례상 앞에 서서 다시 못 볼 가족들의 사진과 위패를 마주하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통곡하기도 했다.
딸을 잃은 유족 B씨(70대)는 핸드폰에 담긴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내 새끼 없이 어떻게 살라고"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유가족들은 한참이나 서로를 안고 위로했다.
분향소는 합동 차례를 지내는 동안 애끊는 통곡 소리로 가득했다.
아버지를 잃은 딸은 비통한 표정으로 아빠가 평소 좋아하던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준비해 차례를 올렸다.
유족들은 차례상 음식을 준비하면서 참사 후 처음으로 웃기도 했다고 한다.
유가족 나모씨는 "웃으면 안 되지만 어제 서로 웃으면서 같이 음식을 준비하니 조금 마음이 진정도 됐다"며 "집에서 하면 (심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여기에서 차례를 지내니 다들 죄책감이 덜어주고 서로에게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하고 준비했다면 민망하지만, 여기서는 같은 유족이니까 무슨 말을 해도 좋았다"며 "'견딜 수 있어'하면서 서로 위로를 했다"고 전했다.
전날 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유족도 많았다.
부부가 함께 차례를 치르러 온 유족 C씨(60대)는 "이번에 또 비행기에서 사고가 나서 마음이 더 아프고, 너무 걱정도 되고 잠도 못 잤다"며 "혹시라도 이번 제주항공 사고로 가신 분들이 도와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례를 마친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고 저희를 이용해서 먹고사는 유튜버들이 활동하고 있고 불량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며 "특별법에 보석 없이 구속을 원칙으로 해서 이게 얼마나 큰 범죄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참석해 함께 차례를 지내며 유족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애써 마음을 추스렸다. 차례를 지내며 방문객들과 공무원 등을 위해 떡국과 전과 나물, 컵과일 등을 준비했다. 오후 식사를 마친 유가족들은 음복을 한 후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어린이들의 세배와 가위바위보, 윷놀이로 설을 마무리했다.
[김보현 기자(=무안)(kbh9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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