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5가 ‘중국 연결번호’라고? 대통령이?...가짜뉴스죠? [현장에서]

최현준 기자 2025. 1. 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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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상황에 대해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중국 외교계 인사가 물었다.

이 답변서에서 윤 대통령 쪽은 "(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 '12345'는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 번호로서, 중국 등 외부에서 풀고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듯이 기이한 일치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선관위 비밀번호와 중국 쪽 번호가 '12345'로 같다는 것 외에 양쪽이 관련이 있다는 어떤 추가적인 근거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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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황은 정말 코미디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설마 가짜뉴스죠?”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상황에 대해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중국 외교계 인사가 물었다. 그가 ‘가짜뉴스가 아니겠냐’고 한 것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냈다는 답변서의 일부 내용이었다. 이 답변서에서 윤 대통령 쪽은 “(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 ‘12345’는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 번호로서, 중국 등 외부에서 풀고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듯이 기이한 일치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시스템의 비밀번호가 중국 정부 쪽 번호와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가 한국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선관위 비밀번호와 중국 쪽 번호가 ‘12345’로 같다는 것 외에 양쪽이 관련이 있다는 어떤 추가적인 근거도 내놓지 않았다. 기본 사실 관계도 틀렸는데, ‘12345’는 중국 중앙·지방 정부 간 연결 번호가 아닌 민원해결센터의 전화번호이다.

이 중국 외교계 인사는 “두 가지 사실 사이에 어떤 논리적인 인과성도 없어 보이는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공식 문서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당연히 가짜뉴스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말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 후보 시절 “한국 국민, 특히 청년들은 대부분 중국을 싫어한다”고 했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미국·영국 방문에 앞서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지난달 초 계엄 사태 이후 12일 내놓은 대국민 담화에서는 중국인 간첩 사건과 중국 태양광 산업 등을 비상계엄 발령의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해, 중국 외교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근거 없는 반중 발언은 대통령에 그치지 않는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윤 대통령) 탄핵 찬성한 한국인은 국가전복에 동조한 것이다. 언론은 이미 위안화, 한국 말하는 화교에 다 넘어갔다”는 소셜미디어 글을 본인 계정에 공유했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발언의 공통점은 극우성향 누리꾼 혹은 유튜버들의 발언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비밀번호 12345’나 ‘중국인들의 탄핵집회 참석’ 등은 지난해 말부터 여러 유튜버들이 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시민이나 언론이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짜뉴스 정도로 여긴다는 내용을 함께 다루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 변호사들이 중국 민원해결 ‘12345’에 시비를 걸고 있다는 기사에서 “한국에서도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의 상황은 정말 코미디같다”, “방금 졸렸는데, 이 소식을 보고 잠이 확 깼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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