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도그 반란' 유승민…"내 역할이라 생각들면 한번도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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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기흥 회장이 강하다고 했지만 선수는 올림픽을 골라서 나가지 않는다. 난 마음 먹고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단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모두가 어렵다고 했으나 그는 도전했고,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당선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김동문 교수(배드민턴협회장 당선인), 하형주 (KSPO)이사장 등 경기인 출신 단체장이 늘어난 것은 현장을 잘 아는 인물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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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잘 아는 리더가 부각, 소통은 내 강점"
"모두가 이기흥 회장이 강하다고 했지만 선수는 올림픽을 골라서 나가지 않는다. 난 마음 먹고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단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 임성일 이재상 기자 =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주변에서는 '언더도그(under dog)의 반란'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42대 대한체육회 수장에 오른 유승민(43) 당선인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유 당선인은 40대 초반으로 젊다고 할 수 있지만, 선수 시절부터 35년 간 체육계에 있으면서 안 해본 건 빼고 다 해본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이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 국제스포츠 행정가로 입지를 다졌다. 2019년에는 조양호 전 대한탁구협회장의 궐위에 따라 보궐선거를 통해 제24대 대한탁구협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번에도 모두가 어렵다고 했으나 그는 도전했고,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기적의 사나이'라는 별명처럼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대한체육회 당선 이후가 선거 때 보다 더 바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뉴스1'과의 인터뷰도 지난 24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결단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할만큼 행사와 행사 사이 시간을 쪼개서 쓸 정도라고 했다. 유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간 가슴에 담아 두었던 얘기를 과감없이 쏟아냈고, 우리는 두 차례로 나눠 지상 공개하기로 했다.
-당선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확신은 없었지만 자신감은 갖고 시작했다. 이기흥 회장이 워낙 강하다는 평가가 있었고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당선을) 예상하진 못했다. 그래도 모든 승부에 있어서 자신감 없으면 못 한다.
-주변에서 다음 선거를 기약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는데, 고민은 없었나.
▶전혀 안 했다. 선수들도 올림픽을 골라서 나가지 않는다(웃음). 상대가 강하다고 다음에 나가진 않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없었다. 주변에서 4년 뒤 더 좋은 기회가 있고 지금 워낙 (체육회) 상황이 좋지 않아 '왜 굳이 지금이냐'고 하시더라. 하지만 난 마음먹고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단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당선 후 많은 환영과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변화의 열망이 컸다는 의미 아니겠나.
▶상대적으로 2024 파리 올림픽 이후 체육 관련 좋은 뉴스들이 퇴색됐다. 계속 질타를 받으면서 체육 관계자들이 지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하면서 능동적이고 재미있고 설레야 한다. 지치고 억눌려 있어서는 안된다.
-선수 출신으로 '스포츠'가 주는 에너지 대신 사회면에만 언급돼 아쉬웠을 것 같다.
▶안타까웠다. 파리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승전보를 올리고 돌아왔다. 대한민국이 다시 기쁘고 스포츠로 하나 되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IOC 선수위원 끝나고 돌아와 보니 여러 이슈로 인해 선수, 지도자 등 모두가 마음고생이 많았다. 나도 탁구협회(장)를 했지만 사무실 직원이나 체육회 직원들은 축하받기 전에 감사 자료 요청에, 질타를 너무 많이 받았다.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김동문 교수(배드민턴협회장 당선인), 하형주 (KSPO)이사장 등 경기인 출신 단체장이 늘어난 것은 현장을 잘 아는 인물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것 아닐까.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현장과 소통이 가능한, 현장을 잘 아는 리더가 부각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금메달리스트고, 장미란 (문체부) 차관, 진종오, 임오경 국회의원, 저, 하형주 이사장님 등 다 금메달리스트다. 금메달리스트가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을 잘 알기에 소통을 잘 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기업인 출신이 아니라 펀딩을 어떻게 할 것이냐,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지만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 현장을 더 잘 설명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은 후원이나 펀딩을 받고 예산을 따올 수 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혼자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임원, 부회장부터 이사분들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점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 은퇴 후 행정가의 꿈을 언제부터 꾸었나.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갔다. 선수 하면서 목표를 둔 것은 아니다. 지도자를 하면서도 다른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그게 지금까지 왔다. 운이 좋게도 빠르게 잘 됐다. 너무 빠르다는 평가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응축해서 경험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게으름 피우거나 등한시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직접 다 했다. 덕분에 경험이 빠르게 축적됐다.
-쉼 없이 달려왔는데 안 지치나.
▶피곤하다(웃음). IOC 선수위원 끝나고 1년 쉬고 싶었다. 8년 동안 너무 많이 했다. 안식년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도 보내고 영어 공부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
-'유승민 시대' 대한체육회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면.
▶첫 번째로 능동적인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 스스로가 주도할 수 있는 체육회가 됐으면 한다. 체육계 여러 이슈가 있었다. 예를 들어 지방체육회가 관선에서 민선이 됐고, 생활체육회도 대한체육회와 통합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체육회가 먼저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다 외부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제는 내부에서 의견이 모아져서 올라가야 한다.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외부에서 하라고 해서 맞춰서 하기 시작하면 체육회의 아이덴티티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계속 휘둘릴 수 있다. 체육회가 알아서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믿고 맡기고, 지원하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엘리트 체육의 경쟁력 강화와 생활체육 저변 확대라는 이슈는 항상 논란이 많다.
▶동반 성장을 메인 어젠다로 뒀을 때 엘리트가 더 발전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생활체육 인프라는 많이 발전하고 있다. 체육회 말고도 국가에서, 지자체마다 많이 한다. 예를 들어 파크골프 같은 경우도 시니어 인구가 늘어나면서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은 정말 집중해서 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생활체육은 국민 대다수가 생활 체육이다. 하지만 엘리트는 소수다. 이 소수가 스포츠 산업을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있고 이 선수가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힘이 있다. 선수를 통해서 생활 체육인도 그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엘리트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쳐져 있기 때문에 그 밸런스를 올려놔야 한다는 의미다.
-②편에서 계속 됩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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