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미숙지-반칙' 中의 적반하장, '설날 윷놀이'가 더 매너있을지도[초점]

김성수 기자 2025. 1.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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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중국 바둑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반칙패를 당해놓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한국 바둑에 피해를 주고 있다.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도 공정함보다는 '목소리 크면 이긴다' 식의 어이없는 태도로 추태를 부리는 중이다.

커제 9단(왼쪽)·변상일 9단. ⓒ바둑TV

한국기원은 2월6일부터 10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 1차전이 중국의 불참 통보로 연기됐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한국이 창설한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은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에서 최강 기사 9명이 참가해 풀리그로 우승자를 가리는 세계대회다.

한국에서 4명, 중국 3명, 일본 1명, 대만 1명이 참가하는 데 중국의 간판스타 커제 9단은 자국 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주최 측의 와일드카드로 초청받았다. 그러나 지난 23일 끝난 제29회 LG배 결승에서 커제가 한국의 '사석 관리'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와 기권패를 당한 후 중국기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변상일 9단과의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사석(따낸 돌) 관리 규정 위반을 지적 받았다. 커제 9단이 사석을 사석 통이 아닌 초시계 옆에 놓은 탓이다. 시간이 흐른 뒤 심판이 이를 확인했고 경고 1회와 2집 공제의 벌칙을 받았다.

커제 9단은 이미 22일 경기에서 사석 관리 실패로 반칙패를 당한 뒤 3국에 참여한 상태였다. 화를 주체하지 못한 커제 9단은 대국장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심판을 향한 삿대질과 함께 대국장을 박차고 나갔다. 심판은 대회 규정에 따라서 변상일 9단의 기권승을 선언했다.

커제 9단(왼쪽)·변상일 9단. ⓒ한국기원

커제 9단은 이날 열린 시상식에 불참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LG배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외국인 선수들의 중국리그 참가 금지,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 불참 등 중국 바둑협회의 보복 조치까지 나왔다.

한국기원은 팬들과 주최, 후원 측에 사과를 전하며 '사석 관리' 규정은 지난해 11월 개정됐으며 사전에 모든 외국 단체에 공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양국의 상이한 계산 방법에서 비롯됐다며 사석을 계가에 적용하지 않는 중국 선수들이 3개월밖에 되지 않은 한국 규정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원은 이번 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며 조속한 문제 해결을 희망했다. 바둑의 세계화와 세계대회의 규정 정립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중국기원, 일본기원 등과 논의해 통합 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바뀐 사석 관리 규정에 대해 중국이 내용을 전달 받은 즉시 항의를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바뀐 규정을 숙지하고 대회에 임했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 측은 대회에 임하고도 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른 뒤에 오히려 반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참가자가 참여 의사를 밝힌 후 대회에 참가한 이상, 해당 대회에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한다. 같은 종목이라고 해도 대회별, 시즌별로 세부 규칙이 바뀌는 것은 바둑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있는 일이다. 중국의 기존 사석 관리 규정이 다르다고 해서 한국 대회의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커제는 기권패 후 자신의 SNS를 통해 "팬들 덕분에 희망을 찾았다. 용기를 주셨다. 덕분에 제가 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는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귀국한 뒤 이틀 동안 스스로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며 패배를 시인하지 않는 부족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규칙을 어겼음에도 어리광만 부리고 있는 것.

커제 9단. ⓒ바둑TV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만 경기를 치를 거면 규칙이 왜 존재할까. 설 명절에 가족들과 윷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중국 바둑과 커제보다 매너 있는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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