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논문으로 알아본 OLED 기술과 차세대 재료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5. 1. 28. 2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ED 대비 선명하지만 가격 비싼 OLED
금속 줄이고 ‘빛’을 빨리 없애는 게 관건
인하대 연구진, 하이브리드 구조로
기존 한계 극복한 새로운 재료 개발

국내 연구진이 OLED에 쓰일 수 있는 새로운 발광재료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를 뜻하는 OLED는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디스플레이 기술입니다.

유기물 반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하는데요, 새로운 ‘발광재료’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재료가 훗날 OLED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명한 OLED, 제조과정 복잡하고 단가 높아
인하대 화학공학과 최진호 박사와 박동혁 교수, 성균관대 김선국 교수와 미시간대 김진상 교수 공동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순수한 유기물로 이루어진 발광재료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게재합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재료는 값비싼 금속 원소를 가지고 있지 않고 발광 시간도 빠르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재료가 왜 미래 소자로 불리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는 최근 그 활용도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OLED는 LED와 비교했을 때 더 선명한 색상을 제공합니다. 또한 에너지 소비량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각 픽셀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구조인 만큼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LCD 대비 단순한 설계가 가능하고 그만큼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높은 명암비, 더 깊은 블랙을 표현할 수 있어 OLED는 스마트폰 TV 등 분야에서 ‘고급’ 제품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유연한 기판에 구현할 수 있어서 곡면 디스플레이, 폴더블 디바이스에도 사용할 수 있고요. 다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원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외선 조명 아래 하이브리드 샘플(왼쪽이 녹색 인광)과 기본 샘플(오른쪽이 청색 형광)의 발광 사진 [사진=인하대]
LCD는 백색광(백라이트)에 적색, 녹색, 청색의 필터를 입혀 색을 구현합니다. OLED는 백라이트 없이 유기 반도체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방식입니다. 즉 ‘자체 발광’하는 재료에 전기를 걸어줘 빛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OLED 기술을 설명할 때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효율이 중요하다’라는 설명이 뒤따르는 이유입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효율이 달라지는데요, 효율이 높은 수록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도 밝은 빛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잔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빛이 빠르게 소멸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OLED의 ‘현재’에 대해 조금 더 쉬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OLED가 전기를 빛 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1세대를 ‘형광 방식’이라고 하는데, 전체 에너지의 25%만 빛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안정적이고 오래 쓸 수 있어요. 2세대는 ‘인광 방식’입니다. 전체 에너지의 75%를 빛으로 바꿀 수 있어 효율적인데, 특별한 금속 물질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 물질은 쉽게 망가질 수 있고요. 특히 ‘청색’ 빛을 내는 물질은 더 쉽게 망가집니다.

따라서 현재 OLED는 빨간색과 초록색은 효율이 좋은 인광방식으로, 파란색은 효율은 떨어지지만 안정적인 형광 방식을 결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광은 “성능은 좋지만 잘 망가지는 스포츠카”라고 볼 수 있고 형광은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튼튼한 보통 자동차”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기존 문제 해결
과학자들이 이를 가만히 두지 않았죠. 금속 없이도 ‘인광’을 낼 수 있는 물질들을 하나둘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특징이 있어요.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처럼 빛이 ‘팍’하면서 빠르게 켜졌다가 사라져야 하는데, 이 새로운 물질들은 마치 야광봉처럼 빛이 천천히 사라지는 겁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는데 1000분의 1초가 아니라 몇 초까지도 걸리는 거죠. 이렇게 되면 잔상이 남아 효과적인 디스플레이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가 나타나는 원인은 이렇습니다. 빛을 빨리 내려면 전자가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물질은 가벼운 전자(탄소, 산소, 질소)로 되어 있는데 이 전자들은 천천히 움직입니다. 결국 이를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최진호 박사, 김선국 교수, 박동혁 교수, 김진상 교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이번 연구진이 제시합니다. 연구진은 먼저 ‘새로운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2차원 반도체 물질과 탄소와 산소 등 유기물질을 풀로 붙이듯이 물리적으로 붙여 본 거죠. 그랬더니 원래 빛이 사라지는 데 1000분의 4초가 걸려는데(그것도 -196도에서요), 새로운 방식은 상온에서 10만분의 17초 만에 사라집니다. 단순 계산으로 빛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0배나 빨라진 거죠.

연구진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기물질이 산소와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하면 2차원 반도체와 안정적으로 붙어있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전자들이 빠르게 움직인다는 거죠. 이러한 방식이 중요한 이유, 간단합니다. 비싼 금속을 쓰지 않고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인광 물질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더 저렴하고 효율 좋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겁니다. 쉽게 설명하면 비싼 재료 대신에 저렴한 재료를 특별한 방식으로 조합, 더 좋은 성능을 내는 방식을 찾은 겁니다.

현재 OLED 소재에는 백금, 이리듐과 같은 값비싼 금속 원소가 사용됩니다. 제작도 어렵고 가격도 비쌉니다. 설상가상, 관련 특허는 미국 기업 UDC가 독점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과들이 향후 디스플레이 소자에 적용될 경우 새로운 형식의 디스플레이 소자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LCD 디스플레이와 비교했을 때 값비싼 OLED 디스플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재 부문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이러한 원천 연구가 지속돼 OLED 산업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