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앞에선 보수·진보 없다…‘서울 컨센서스’ 세워 초당적 총력외교를
트럼프 2.0 대북·외교안보 ‘경로 재탐색’ 전략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0’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념과 성향에 매몰되지 않는 초당적·총력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북한경제 전문가 출신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지난해 출범한 민주당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에서도 주요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홍 전 원내대표는 한국이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국면의 여파를 극복하고 대미외교 전략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초당적 합의에 기반한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급격한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 남북 간 대화채널을 다시 확보할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래는 인터뷰 주요 내용.
■한국외교가 탄핵으로 겪을 가장 큰 어려움은?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길어지면서 외교적 현안대처 능력이 현저히 약화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트럼프 2.0 출범에 즈음해 제대로 된 접촉이나 현안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통상 한미 양국은 정권교체 이후 6개월 이내에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탄핵 절차 종료나 조기 대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올해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12·3 비상계엄과 국내 정치 갈등 심화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적 신뢰나 평가가 저하된 점은 향후 G20(주요 20개국)에 포함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것이다. 계엄 관련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대남도발 유인 시도 등이 사실로 최종 확인될 경우 남북관계에서도 우리 입지나 발언권이 약해질 것은 물론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0 시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그러나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더 확산하고 한미동맹과 안보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
트럼프 외교의 특징은 기존 관료 시스템이나 싱크탱크에 의존하기 보다는 ‘사적(私的)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또는 그 일가와 친분이 있는 국내 인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대통령과 행정부도 중요하지만, 의회의 권한과 역할도 크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의원외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 한국 국회와 주요 정당들이 대미정책에 대한 공동입장을 조율해서 나서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앤디 김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비록 그의 당적이 민주당이긴 하지만 상원의원의 정치적 비중을 고려할 때 한미관계에서 그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미외교,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바와 같이 한국의 대미외교는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있었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심화된 것이 외교부와 전문 관료들의 전문성이나 역량보다는, 최고지도자 주변 인사들의 개인적·주관적 판단 때문에 주요 결정이 좌우되며 일관성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 결정이 다수 발생했다.
한미관계는 이제 글로벌 동맹으로,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통상, 기후변화 등으로 의제가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외교부는 한미의 군사동맹과 양자관계에만 집착하면서 국익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고, 미국에 더 의존하거나 주도권을 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중견국으로서 독자적이고 객관적인 외교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다른 국가들이 한국을 그렇게 보고 있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백악관과 국무부만이 아니라 △의회 △싱크탱크 △기업 △사회단체 등과의 네트워크 확보가 절실하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일본과 대만의 대미 외교활동을 잘 살펴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의회나 싱크탱크 등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인적교류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특히 대만의 경우 향후 가능성을 보고 젊은 연구자나 지방 정부의 인사들과 교류 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칸소주지사 시절부터 빌 클린턴 대통령과 지속해서 교류한 것이다. 이들이 이후 워싱턴에 진출하거나 주요 역할을 맡을 때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생각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당분간 요원한 한미 정상외교의 대안은?
대미정책에 대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트럼프 1기 정부와 관계를 맺은 경험과 친분이 있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의 인사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내 기업인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다수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0 대응 위한 외교적 방향설정 어떻게?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과 중국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나 갈등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의 대중(對中) 경제협력 중요성과 불가피성을 미국에 잘 설명하고 우리 입장에서는 디커플링의 속도를 낮추고 대상과 범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가치외교는 현실적·실용적 접근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와 군사 중심의 동맹외교는 도리어 비용적·이념적 외교였다는 점에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트럼프 2.0시대 남북관계 해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평양과의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국도 남북관계 경색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당국 간 대화 채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쉽지 않다면 민간 채널의 다양한 교류 협력에 대해 정부가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원해도 좋을 것이다.
■방위비·주한미군 관련 논의 대처 방안은?
한미는 과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기존 합의내용을 최대한 유지해왔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 합의를 자신의 국익에 맞춰 최대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1조 5000억 원 수준인 방위비 분담금을 최소 5조 원 이상(최대 10조원) 인상하려고 할 것이고, 한미 연합훈련 시 전략자산의 동원에 대한 한국 측 부담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연합 방위체계의 강화와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방위비 증액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도한 요구는 수용해선 안 된다. 한미동맹 관련 비용 증가에 대한 국내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 의회나 싱크탱크에 대한 설득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 문제에서 한미동맹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도 강조할 수 있다. 미국의 최대 위협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최전선에 있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한미동맹 강화가 한국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고 미국 내 여론 조성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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