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악화하는 한국, 이제 미국만도 못해지려나 [視리즈]
계층사다리 실종사태❷ 자화상
韓 상·하위 10% 소득격차 2억원
미국 임금 양극화는 최근 완화
소득과 불평등 연구 증가 추세
주크만 등 글로벌 초부자세 주장
과세 초점, 소득서 재산으로 이동
# 우리는 視리즈 계층사다리 실종사태 1편에서 통계청이 처음으로 발표한 사회이동성 통계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정체된 소득이동성을 자세히 알아봤다. 경제적 '결과의 불평등'은 이제 헌법상 '기회의 평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악화했다. 우리나라에서 2022년 기준 전년보다 소득분위가 높아진 사람의 비율은 17.4%에 불과했다.
# 2편에서는 대표적인 불평등 국가인 미국에서조차 임금 소득 양극화가 최근 개선됐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현실을 알아봤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제학에서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소득과 불평등 연구가 차츰 중심부로 이동한 이유도 살펴봤다. [※ 참고: 이 이야기는 지난해 12월 보도한 절망의 경제학 '조선과 일제 강점기 어디쯤: 소득계층 사다리 누가 걷어찼나(더스쿠프 630호)'의 후속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수출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감세·면세 혜택을 집중적으로 선물했다. 윤 정권의 부자감세와 맞물려 우리나라 가구 소득의 빈부 격차도 매년 사상 최대로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가구 소득 상위 10%(10분위)와 하위 10%(1분위)의 소득 격차는 2억23만원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상·하위 10%의 자산 격차도 지난해 처음으로 15억원을 넘어섰다.
경제 이동성이라는 이름의 '계층사다리'는 구조적으로 오르기 힘들게 만들어져 있다. 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위 10%는 소득 증가율이 상위 10%보다 훨씬 높았지만, 계층사다리를 올라가지 못했다. 하위 10% 소득은 2020년 793만원에서 2024년 1019만원으로 28.5% 증가했고, 상위 10% 소득은 2020년 1억7705만원에서 2024년 2억1051만원으로 18.9% 늘어났다. 국세청 통합소득 1000분위 자료에서 2022년 상위 1%의 평균 연소득은 4억7930만원, 상위 0.1%의 연소득은 17억9640만원이었다(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산 축적이라는 계층사다리 앞에서 우리는 확률보다 가능과 불가능을 따져보는 게 더 쉽다. 하위 10%의 4년간 자산축적률은 36.0%고, 상위 10%의 축적률은 같은 기간 30.0%지만 두 계층간 자산 격차는 2020년 11억5388만원에서 20204년 15억92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그런데, 고소득 국가들 중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오히려 고물가 상황에서도 임금 근로자의 불평등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 사회보장국(SS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임금 상·하위 격차는 2023년 이후 2년 연속 줄었다.
2019~2023년 미국 임금근로자 상위 0.1%는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이 –2.2%를 기록했지만, 하위 10%는 5.0%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상위 0.1%를 제외한 모든 계층의 실질임금이 늘어났고, 그중 하위 10%의 소득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미국의 실질소득 격차가 줄어든 이유는 최저임금 덕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미국 21개주州가 최저임금을 인상해 920만명 근로자 급여가 총 57억 달러 늘어난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미네소타, 뉴저지 등 미국 14개주는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최저임금이 올라가도록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최저임금과 주별 최저임금이 다르다. 대체로 주별 최저임금이 높다. 최저임금을 매년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정부 공익위원이 합의 혹은 투표로 결정하는 우리와 다르다.
실생활에서 소득은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삶을 바꿔놓는 혹은 생사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경제이동성이나 최저임금처럼 실존하는 소득 불평등을 거론하면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이런 주제들을 경제가 아닌 정치적 논쟁의 영역에서 가십거리로 취급하고 있어서다. 경제학자들이 소득과 임금, 양극화 연구에 비교적 소홀했던 결과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사실 초기 경제학자들은 개인의 소득을 기업의 비용으로 취급했다. 임금이 적을수록 경제에 이롭다는 얘기다. 1929년 대공황 이전의 신고전학파는 "개인의 소득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선호)과 재화 생산기술․생산자원과의 결합으로 결정된다"며 소득 불평등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다시 자유주의 경제이론이 득세했는 데, 당시 경제학자들은 '임금(소득)을 노동시장에서 자유롭게 내리지 못하는 상황(하방경직성)'을 타개하겠다며 법인세·소득세를 대폭 줄여 비용으로서의 임금을 내리는 효과를 냈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을 출간한 2014년에야 경제학계는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을 눈여겨봤다. 피케티는 "역사적으로 자본수익률이 항상 경제성장률보다 많았다"는 주장을 데이터로 실증하는데 성공했다.
피케티와 함께 불평등을 연구한 가브리엘 주크만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2024년 6월 '글로벌 초부자세'를 제안하면서 "순자산 1억달러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 3000여명에게 국경을 초월한 재산세를 매년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로마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최저한세를 시행키로 하고, 130여개국이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최저 실효 법인세율을 최저 15%로 규정하는데 동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문제의 정점에는 소수의 초부자 개인과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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