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같은 데 짝퉁 아닌… 침체기 '듀프소비' 현상 [경제용어사전]
듀프소비 dupe+소비
명품 ‘저렴이’ 찾는 Z세대
짝퉁과는 다른 듀프 제품
모호한 경계서 인기 끌어
![프리미엄 제품과 유사한 '저렴이 제품'을 찾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27/thescoop1/20250127091511634zths.jpg)
■듀프소비(dupe+소비) = "월마트 버전의 에르메스 버킨백이 인터넷을 장악했다." CNN은 2024년 12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워킨백(Wirkin bag)' 열풍을 보도했다. 지난해 연말 미국 월마트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유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판매했는데, 이게 쇼트폼 플랫폼 '틱톡' 등에서 이슈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월마트에서 파는 버킨백이란 의미로 워킨백이란 이름이 붙었고, SNS엔 워킨백 구매 후기 영상부터 워킨백과 버킨백의 비교 영상까지 줄지어 올라왔다. 일부 인기 영상은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서기도 했다.
언급했듯 워킨백은 버킨백과 디자인이 거의 유사하지만, 가격은 78달러(약 11만원)에 불과했다. 버킨백 가격이 최소 200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분의 1 수준이다. 악어가죽으로 만든 버킨백의 경우 리셀 가격이 치솟으면서 경매시장에서 39만 달러(약 5억6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범접하기 힘든 버킨백의 대안으로 워킨백이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모은 셈이다.
이처럼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 대신 유사한 디자인과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듀프소비(dupe+소비)'라고 한다. 복사‧복제를 뜻하는 'duplication'에서 따온 'dupe'와 '소비'를 합친 신조어다.
흥미로운 건 '듀프 제품'이 명품 위조품인 '짝퉁(Knock off)'과는 구분된다는 점이다. 짝퉁이 브랜드 로고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그대로 베꼈다면, 듀프 제품은 유사하게 만들어 지식재산권 논란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그래서인지 짝퉁을 구매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던 기존 소비자들과 달리 듀프 제품을 구매하는 젊은층은 거리낌이 없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가 미국 MZ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듀프소비 관련 조사(2023년)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듀프소비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돈을 쓰지 않고 럭셔리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오리지널 제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듀프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자가 각각 60.9%(이하 복수응답), 60.0%에 달했다.
이런 트렌드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 저렴이 버전 립스틱' '○○ 저렴이 레깅스' 등의 수식어가 붙은 제품이 숱하다. 그런데 이런 듀프소비 트렌드 이면엔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27/thescoop1/20250127091513188tdop.jpg)
미국 신용분석기관 트랜스유니온은 "Z세대의 75%가량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 탓에 재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입었다"면서 "이들은 팬데믹 이후에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추가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리서치 전문회사 모닝컨설턴트도 "듀프 제품을 구매하는 그룹은 주로 젊고, 소득 수준이 낮고, 온라인을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듀프소비를 즐기는 한국의 젊은층이 처한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대(29세 이하)의 경상소득(비교적 정기적인 소득)은 2019년 3741만원에서 지난해 4720만원으로 26.2% 증가했지만 부채 증가율은 몰라보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20대 부채 증가율은 41.7%(3197만원→4531만원)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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