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영랑호와 청초호에 숨겨진 ‘민주주의’ [민주주의 여행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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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영랑호에 부교를 건설하겠다는 속초시의 발표를 듣고 속초의 한 카페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당시 청초호가 철새들의 도래지로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속초 시민들은 이 공사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속초시가 개발의 근거로 내세운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작성되었음을 알고 속초시와 강원도를 상대로 고발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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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영랑호에 부교를 건설하겠다는 속초시의 발표를 듣고 속초의 한 카페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속초뿐 아니라 인근의 고성, 양양 등지에서 온 이들은 영랑호에 다리가 놓일 경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했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진행하는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관해 걱정했다. 이날 자발적인 시민 모임인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하 ‘뭐라도’)이 만들어졌다.
속초에는 과거 이와 매우 비슷한 시민 모임이 이미 있었다. ‘청초호 되살리기 시민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대체 청초호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청초호를 ‘되살리자’는 시민들의 모임이 만들어진 걸까?
1999년 국제관광엑스포가 열린 청초호에는 엑스포를 기념하는 상징탑과 기념관이 남아 있다. 이 엑스포 광장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대형마트부터 식당, 카페, 숙박업소가 밀집되어 항상 많은 인파가 오가는 속초 상권의 중심지다. 그런데 이곳은 원래 육지가 아니었다. 모두 호수였다.
청초호는 영랑호와 더불어 속초를 대표하는 자연 호수다. 동해안 9개 천연 석호 중 하나인데 환경적으로도 매우 큰 가치가 있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시베리아 캄차카반도를 떠나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이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쉬어간다. 흑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을 포함해 30종 이상의 철새가 찾아온다.
1987년 청초호 유원지 개발 계획이 최초 발표되고, 1994년 본격적으로 청초호의 약 40%에 달하는 수면을 매립하는 공사가 시작된다. 당시 청초호가 철새들의 도래지로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속초 시민들은 이 공사에 우려를 표했다. 이때 만들어진 시민 모임이 바로 ‘청초호 되살리기 시민 모임’이다.
이들은 속초시가 개발의 근거로 내세운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작성되었음을 알고 속초시와 강원도를 상대로 고발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시 당국은 관광산업 증대와 경제활성화 등의 이유를 내세워 공사를 일사천리로 속행했다. 이에 ‘청초호 되살리기 모임’은 1997년 청초천 하구언 일대와 호수 북측에 조류생태공원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며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한 달여간의 시위와 농성에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가 이어졌고 속초시는 공원 건설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현재의 청초호 조류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철새 도래지로서 명맥을 겨우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꾸려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은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의 발족으로 이어졌다. 현재 속초에 남아 있는 유일한 시민단체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30년 후, 청초호에서 불과 2㎞ 떨어진 호수인 영랑호에서 똑같은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속초시는 관광산업 촉진을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고, 시민들은 다시 모임을 꾸리고 그로부터 현재까지 매일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반대 활동을 벌여왔다. 2024년 법원이 영랑호 부교를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시와 시의회는 철거에 나서지 않고 있다. ‘뭐라도’가 1인 시위를 그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새는 단순히 새 한 마리가 아니다. 철새들이 머물며 쉬는 장소는 곧 생태계의 건강을 척도하는 지표이기도 하고, 우리 인간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청초호와 영랑호, 그리고 또 다른 석호에 대한 개발 의지는 자본의 무책임한 한탕주의와 다를 바 없다. 좀 더 긴 안목으로, 다음 세대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자고 권하며 2025년 새해 ‘민주주의 여행지’로 속초 영랑호와 청초호를 추천한다.
속초·최세연 (‘완벽한 날들’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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