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L vs BPH 다 이유가 있다는 두 백패커 [백패킹 비교]

윤성중 2025. 1.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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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이냐, 풍족함이냐

배낭을 무겁게 지거나 가볍게 지거나, 백패킹을 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틀린 것은 없다. 취향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왜, 어떻게 각각 다른 두 방식을 선호하게 됐을까? 자세히 물어봤다.

"허기지지 않게만 먹자!"

이다은(33세, 휴직 중, <오늘 아리아> 유튜브 채널 운영)

백패킹할 때 주로 30~40리터 배낭을 지고 다니는 BPL 하이커.

아웃도어 활동 경력이 얼마나 될까요?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2020년에 미니멀 캠핑으로 시작한 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백패킹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현재는 캠핑과 백패킹, 그리고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겁게 지고 다니는 하이킹에는 관심이 없었나요? 왜 BPL 하이킹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계기가 있을까요?

캠핑을 막 시작하던 2020년경 저는 자가용이 없었어요. 작은 전기 스쿠터 바이크에 캠핑 짐을 싣기 위해 큰 배낭을 이용해 캠핑용품을 넣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경미한 사고가 났고, 그 뒤로 스쿠터가 아닌 등에 배낭을 짊어지고 직접 걸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등산과 친하지 않았던 저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즐겁고 기뻤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러다 '체력을 올리는 것'과 함께 '배낭의 무게를 줄여 보자'고 생각했고, 때마침 국내에 BPL이 유행하면서 SNS 같은 곳에서 많은 정보가 쏟아졌어요. 그 덕분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BPL 하이킹에 관심을 가진 후 가장 먼저 구입한 장비는 무엇일까요? 왜 그 장비를 구입했죠?

침낭이오! 제가 백패킹을 막 시작한 해 가을, 솜침낭을 들고 선자령에 갔어요. 부피도 부피인데다 다운 침낭이 아니라 가을 새벽 추위를 막기가 힘들었어요. 거기에 습기를 머금으니 너무 무겁고 부피가 커서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에서 내려온 다음 바로 구스다운 침낭을 구매했는데, 패킹 부피가 솜침낭에 비해 딱 절반이었어요.

무겁게 짐을 지고 하이킹을 해본 적 있을까요? 있었다면 그때 배낭 무게는 몇 kg이었는지, 당시 불편한 점이 있었을까요?

2023년 가을까지만 해도 겨울 배낭 무게가 13kg이었어요. 아마 그때가 제일 무거웠던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만약에 병'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산에 가서 필요하면 어쩌지?' '만약에 이거 없어서 불편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이것저것 많이 챙겼죠. 배낭이 무거워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야영 다음날 아침 좁은 텐트 안에서 챙겨야 할 짐이 많다는 것과 집에 돌아와서 정리해야 할 짐도 많다는 것이 귀찮았어요.

짐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각별히 연구한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연구까지는 아니지만, 먹고 마실 음식과 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예전엔 '산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허기지지 않게만 먹고 오자'는 생각으로 음식을 챙기고 있어요. 또, 산에 계곡이 있는지 찾아보는데, 계곡이 있다면 식수 대신 카타딘 같은 휴대용 정수 필터를 들고 가서 산을 오르며 그때그때 정수기를 이용해 식수를 채집하고 있습니다.

BPL 하이킹의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나요?

불편한 점은 얼마 없는데, '풍족하다'는 느낌은 못 받는 것 같아요. 자기 전 누웠는데 갑자기 간식이 먹고 싶거나, 아니면 그날따라 찬바람이 매서워 유독 춥다든지 할 때요. '핫팩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걸' '초코파이 하나 더 챙겼으면 좋았을 걸'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것에 대한 해소 방법은 얼른 자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합법적으로 백패킹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상지는 어떻게 찾나요?

제가 가고 싶은 박지에 갔다 온 사람이 있는지(갔다 왔다면 야영 불가 지역은 아닌지), 혹은 일정상 방문해야 하는 도시에서 가볼 만한 멋진 박지가 있는지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 등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가끔 지도에 나와 있는 아무 산이나 검색해 볼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먼저 갔다 온 분들의 정보에 많이 기대는 편입니다.

아웃도어 활동을 불편하게 하는 각종 규제가 왜 생긴 걸까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도'라는 것이 지켜지지 않아서라고 생각됩니다. 2024년 일본 남알프스 종주를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놀랐던 건 산에서 흡연을 하고, 취사 및 야영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걸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와 문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왜 우리나라는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정도'였어요. 정해진 구역에서만 흡연을 하고, 한 끼 허기를 채울 만큼만 취사를 하고, 하룻밤 쉬어간다는 취지의 야영이 되어야 하는데, 일부 산손님들의 과한 행위들로 인해 제지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여름철 동네 계곡은 삼겹살 굽는 냄새로 가득했고, 곳곳에 버려지거나 계곡 물 위로 떠다니는 소주병과 음식 쓰레기들이 골칫거리였으니까요.

본인이 백패킹 마니아들을 위한 법령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항목과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국립공원 대피소 한편에 야영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1년 중 3~4개월만이라도 운영되는 국립공원 대피소 야영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에 관한 법을 만든다면 다음과 같을 거예요. '야영장 내 화기 사용 금지, 본인 쓰레기는 본인이 들고 하산하기, 야영장 내 세면 시설 없음.'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백패킹을 왜 하죠? 본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나요?

정신적으로, 저는 늘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백패킹을 하고 난 후, 꼭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좌충우돌 속에도 즐거움이 있고,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 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더 높이, 더 멀리 걷기 위해 다른 운동을 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필라테스를 하며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로드 자전거를 타며 폐활량과 하체 근력을 키우는 등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운동을 찾아보고 도전하는 사람이 됐어요.

"많이 챙기면 다른 사람 도울 수 있다!"

한예진(39세, 의류업 종사)

백패킹 할 때 주로 50리터 이상 배낭을 지고 다니는 BPH 하이커.

아웃도어 활동 경력이 얼마나 될까요? 하이킹 말고 다른 활동을 포함해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백패킹을 시작한 지는 10년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스노보드, 사이클, 낚시를 즐겼습니다.

처음부터 배낭을 무겁게 지고 다니는 백패킹에 관심이 있었나요? 왜 배낭을 무겁게 지고 다니죠?

제가 처음 백패킹을 접했을 때 가벼운 장비보다는, 무거운 장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겁게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여름 백패킹은 비교적 가볍게 다니는 편이지만, 동계 때는 필요한 물건이 많기 때문에 주로 큰 배낭을 지고 다닙니다. 간혹 사람들이 (미스테리랜치 같은) 자체 무게가 무거운 배낭을 왜 사용하느냐고 하는데, 배낭 자체가 무겁긴 하지만 경량 배낭과 달리 허리벨트나 어깨끈이 두꺼워서 어깨에 멨을 때 몸에 착 감기고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몸에 잘 맞게 조절만 한다면, 오히려 무게감이 덜 합니다.

배낭을 가볍게 지고 다녀야겠다는 결심은 한 적이 없나요? 그러니까 BPL에는 관심이 없었나요?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요?

저 또한 BPL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라이트Light"는 초경량 장비를 사용하는 방식, 즉 무게의 가벼운 정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첫째,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둘째,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가볍게 다니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식을 최소로 챙기면서 경량화를 추구해요. 배낭 속 장비는 가벼운데 음식을 많이 싸들고 다니면서 잔반이나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다면 그건 지금 백패킹 철학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배낭은 누가 봐도 무겁지만 동계에 꼭 필요한 장비를 아낌없이 채웁니다. 행동식과 음식은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산행 코스가 길지 않다면 종종 넉넉하게 챙길 때도 있습니다. 코스가 짧은 날, 박지에 도착 후 준비한 음식을 '짜잔~'하고 열었을 때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행복해지거든요.

큰 배낭을 사용하면 장점이 많아요. 큰 배낭은 여유가 있어서 배낭 안을 다 채우지 않더라도 빠르고 손쉽게 패킹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장비도 챙길 수 있어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설악산을 종주할 때 물이 부족하다며 본인의 간식과 바꿔달라던 등산객, 당이 떨어져 얼굴이 하얗게 질린 등산객,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아 저체온증에 걸릴 것 같은 등산객 등 여러 상황을 겪었죠. 그때 저의 무거운 배낭 속 물건들로 도움을 준 경우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도 따뜻해지고 산행도 즐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가장 무겁게 짐을 지고 다녔을 때 배낭 무게가 얼마나 됐을까요? 짐 중에서 무엇이 가장 무거웠나요?

3박4일 겨울 종주를 할 때 배낭 무게가 24kg 정도였어요. 저는 산행 중 물을 많이 마셔요. 그래서 배낭 속 짐 중 식수가 가장 무거웠고요. 장거리 산행이어서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 체온 조절을 위한 옷과 갈아입을 여분의 옷, 양말도 많이 챙겼어요. 그 다음은 젤리나 에너지젤, 단백질바 같은 행동식 순서로 짐이 무거웠어요.

짐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각별히 연구한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본 장비는 줄일 수 없어요. 대신 대체 장비와 간편 음식으로 무게를 가볍게 만들죠. 테이블 대신 주변에 납작한 돌을 사용하고요. 랜턴걸이 대신 여분의 스트링으로 나무와 텐트에 연결하거나 스틱을 사용합니다. 동계 야영할 때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두꺼운 우모복을 챙기고, 3계절 침낭을 사용할 때도 있어요. 산행 후 보상심리로 과식하기 위한 음식들보다는 허기를 줄이기 위해 산행 중 행동식을 자주 보충합니다. 그리고 음식의 과욕을 방지하기 위해 난이도가 있는 힘든 코스나 장거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헤비 백패킹의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나요?

불편한 점보다는 필요한 점이라고 할까요? 그건 바로 체력입니다. 배낭 무게 줄이기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체력이 없으면 산에서 즐겁지 않아요. 무거운 짐을 메고 오지나 장거리를 다니기 위해선 꾸준한 체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헬스장에 다녀요. 집에서도 늘 '홈트'나 집 근처 산에 오르면서 체력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합법적으로 백패킹을 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상지는 어떻게 찾나요?

주로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애매한 곳은 지자체에 전화해서 확인합니다.

아웃도어 활동을 불편하게 하는 각종 규제가 왜 생겼다고 생각하죠?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백패킹을 시작한 10년 전쯤만 해도 규제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때는 백패커가 지금보다는 많지 않았겠죠? '규제'라는 단어가 사실 백패킹의 특징 중 하나인 '자유로움'과는 많이 상반된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백패커가 많아진 만큼 자연 보호나 질서 유지, 현지 주민들의 생활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영향력 있는 많은 단체들이 백패커들과 LNT 실천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하는 만큼 백패커들의 의식도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맞춰 꽁꽁 닫았던 규제의 완화도 필요하고요.

저의 첫 원정은 일본이었어요. 서른 살 때 처음 북알프스 종주를 했는데, 등산객들이 산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죠. 하지만 그들은 담뱃재와 꽁초를 재떨이에 완벽하게 처리했어요. 백패킹 중에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상당한 배려를 합니다.

유럽의 경우는 정해진 구역에서 불을 사용할 수 있어요. 저는 이 점이 참 좋았어요. 불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누군가 지켜보지 않아도 모두 알아서 법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오. 자율규제의 좋은 예 같아요.

본인이 백패킹 마니아들을 위한 법령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항목과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국립공원의 대피소 예약이 정말 치열합니다. 국립공원을 즐기고 싶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캠핑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취사실이 있기 때문에 취사를 할 수 있고요. 물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전제하에요.

백패킹을 왜 하죠? 본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나요?

산에서 보는 아참 산 풍경은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해요. 이 순간들은 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산행은 지치고 힘들 때가 있지만, 저는 그것도 그대로 좋아요. 즐겁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산에서 저는 늘 웃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산에 다니면서 저에겐 정말 좋은 인연들이 많이 생겼어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저는 이 인연들 덕분에 정말 많이 활발해졌어요. 지금 친구들은 저를 '긍정왕', '애교 많은 막내'라고 부를 정도죠. 각박한 세상에서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친구들이 저의 큰 재산이에요.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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