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강성 지지자들, ‘서부지법 난동’ 전 현장답사 정황”

오남석 기자 2025. 1. 26. 22: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주요 갤러리 게시글 27만4000여 건 분석
“후문 담장 낮다”…법원 구조 파악하고 폭력시위 모의
난동 사태 때 사전 논의한대로 진행…실시간 정보 공유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집단 폭력 난동 사태 수일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구체적 계획을 사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체포에 분노한 이들은 서울서부지법을 미리 답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 번호를 공유했으며, 법원 난입 과정도 실시간 공유하며 집단행동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이른바 국힘갤)와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비대위갤), ‘미국 정치 갤러리’(미정갤) 등 3곳에는 윤 대통령 체포일인 지난 15일부터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벌어진 19일까지 27만 4000여 건의 글이 올라왔다. 이 갤러리들은 윤 대통령 2030 지지자의 집결지로 알려진 온라인 게시판이다.

◇윤 대통령 체포되자 "평화시위, 이재명만 웃어" 주장

이들 갤러리에서 폭력시위 필요성이 거론된 것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되면서부터다.

윤 대통령 체포를 막지 못한 기존 탄핵 반대 집회를 ‘가두리 시위’, ‘콘서트’로 폄하하면서 실력행사를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16일 오전부터, 서울서부지법에 모여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저지하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실제로 이날 저녁 지지자 200여 명이 서울서부지법에 모여 ‘인간 띠’를 만들었다. 비대위갤 운영자인 유튜버 ‘박광배’ 등이 이를 생중계했다.

이날 오후 11시 36분 미정갤에는 "여태까지 평화시위하면서 이뤄진 게 뭐가 있었느냐. 직접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동안 웃고 있던 건 이재명"이라는 닉네임 ‘ㅇㅇ’의 글이 올라왔다. 갤러리에서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들을 "프락치"로 몰아붙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일부 유튜버도 "경찰이 버스로 시위대를 밀어버렸다"는 등의 허위 과장 주장을 쏟아냈다.

◇난동 3일 전부터 서부지법 후문 담 높이 등 구조 분석 글 올라와

난동 사태 3일 전인 16일 오후부터 이들 갤러리에는 담벼락 높이 등 서울서부지법 구조를 분석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16일 오후 8시 비대위갤에는 서울서부지법 후문 쪽 담벼락 사진과 함께 "서부지법 후문으로도 와줘. 담이 낮아서 여기로 진입하러 올 수도 있을 거 같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가 ‘사전 답사’를 했음을 보여준다.

‘고닉○○뗌’도 오후 8시 31분 미정갤에 "담이 내 머리보다도 낮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오후 10시 6분 미정갤에 ‘ㅇㅇ’이 "후문으로 가서 담 넘고 경찰 스크럼 깨버릴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ㅇㅇ’이 댓글을 남겨 "담 XX 낮은데 남자는 무조건 넘는다. 간다"고 호응했다.

17일 오전 1시 37분에는 ‘파사르’가 "저항권으로 유리창 깨서 진입하고 이런 거 되지? 사람만 많으면 뒤쪽 담장을 넘어서 유리창 깨서 진입해도 될 거 같은데"라고 묻자 "가능은 함"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실제 난동에서도 시위대는 서울서부지법 후문 쪽 담을 넘어 진입해 폭력을 행사했는데, 사전 모의 내용을 실행에 옮긴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만하다.

◇공수처 차량 차종과 번호도 공유…"타이어 펑크내야"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전날인 17일에는 공수처 차량의 차종과 번호가 이들 갤러리에서 공유됐다.

오후 3시 39분 ‘스닥콜옵여왕브로냐’가 미정갤에 "차량 번호를 조회해보니 관용차 맞으니 여기 깔고 있을 애들 잘 기억해두라"는 댓글을 남기자 ‘ㅇㅇ’은 "집회가 목적이 아니라 영장 발부 못 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ㅇㅇ’도 "타이어에 펑크 내야 된다"는 댓글을 달았다.

실질심사 당일인 18일에는 경찰 배치 등 법원 안팎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날 새벽 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가 집회 현장에서 연설하는 유튜브 영상이 빠르게 확산했다. 배 변호사는 이날 연설에서 "대통령께서 지금 여러분의 모습을 지켜보고 계신다"며 "젊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미래를 열고 있는 곳이 이곳 서부지법 앞"이라고 격려했다.

국힘갤의 ‘ㅇㅇ’은 이에 대해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법시위를 하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다"며 "대놓고 국민 저항권을 사용할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미정갤에는 낮 12시 11분 ‘ㅇㅇ’이 "담을 넘어서 건물 자체를 막자"는 글을 시작으로 법원 월담을 선동하는 글 수십 건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비대위갤에도 오후 4시 16분 "압사가 무서워서 담 넘었다고 하면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오후 5시 30분쯤부터 시위대의 월담이 시작됐다. 오후 5시 41분 ‘비대위갤러’는 비대위갤에 "경찰 인력 없는 곳. 담 넘을 사람은 참고하라"며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현판이 시위대에 의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난동 당일 실시간 상황 공유…"복면 착용 필수"

난동 당일인 19일 새벽에는 구속영장 발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폭력도 불사하자는 선동글이 이어졌다.

오전 1시 6분 미정갤에는 "폭력시위를 준비하자"는 글이 올라와 270여 명의 추천을 받았다. ‘ㅇㅇ’은 "기각이든 인용이든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하나의 목적으로 내전까지 각오할 집단이 필요하다"고 썼다.

오전 3시쯤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앙한 시위대는 서울서부지법 후문 쪽으로 몰려들었다. 일부는 현장 유튜브 생중계 주소를 공유하면서 "후문으로 화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3시 7분 비대위갤에서는 ‘Easyhoon2’이 ‘내부 진입할 거냐’고 묻자 ‘StopTheSteal’이 "ㅇㅇ"(그렇다)이라고 답했다. ‘ㅇㅇ’도 "바리케이드 뚫렸다. 들이받아 XX"이라며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고 선동했다.

실제로 3시 20분쯤 시위대는 서울서부지법 후문을 통해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다.

3시부터 1시간 동안 국힘갤과 비대위갤, 미정갤 등 3곳에는 "혁명이 시작됐다" "경찰 보이면 그냥 싹 다 패버려라" 등의 글이 총 5000여 건 올라왔다.

오전 4시 10분 ‘빤다크홈’은 비대위갤에 "확실하게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얼굴에 복면 착용은 필수다. 오늘 힘 싸움할 때 (군대 전투화를) 신었는데 효과 좋다. 빠루 제외 날류는 쓰지 말고 둔기를 추천한다"고 썼다.

18∼19일 이틀간 체포된 90명 중 최소 3명은 커뮤니티에 ‘체포 인증글’을 남겼다.

오전 3시 49분 ‘단웅제’는 비대위갤에 경찰버스 내부 사진과 함께 "체포됐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그러자 "구경하다 잡힌 거라고 밀고 나가라"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우겨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진술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남석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