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윤석열’로 신분 전환…이제는 법원의 시간
검찰, 법정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해산 시도“ 강조할 듯
尹측,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 부각하며 공소기각 요구 가능성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구속기소함에 따라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6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윤 대통령을 추가조사 없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이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 허가 신청을 모두 허락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시한이 곧 만료됨에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검찰은 "특수본이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에선 '공수처 수사 적법성' 쟁점 될 전망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아도 검찰이 지금까지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만으로도 기소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다수다. 실제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내란 혐의 피의자들의 공소장엔 비상계엄 전후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겨 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면서 구속상태는 당분간 유지된다. 구속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는 기소 시점부터 구속기간이 새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구속된 피의자가 재판에 남겨지면 2개월 더 구속이 유지되고, 2개월씩 2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내란 수사는 사실상 일단락될 전망이다. 기소 이후엔 추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이뤄지기 힘든 데다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취득하더라도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 측이 수사에 응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재판에선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함께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는 수사가 가능한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직접 관련된 범죄로 내란죄 수사를 진행해 왔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불법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를 한 것도 재판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어긴 부분이 있다며 공격하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윤측이) 위법 수집 증거에 대한 논리를 펼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다면 검찰 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 "尹 '경고성 계엄' 주장 계속 펼칠 듯"
윤 대통령 측에선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내란의 고의 자체가 없었다는 논리를 펼치려는 것이다.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규모가 국회의원 수보다 적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법정에서 이같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변호사는 "탄핵 심판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형사 재판에서 뒤집기는 어렵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이같은 입장은 내란죄 재판에서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강제 해산시키려고 했다는 점에 초점을 둔 변론 전략을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군이 무기를 든 채 국회에 투입됐다는 점과 당시 상황이 담긴 CCTV와 영상들 그리고 군인들의 증언 등 많은 자료가 확보되어 있기에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공수처가 윤 대통령 사건을 일찍이 검찰로 이첩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를 집행하던 때부터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이 노출됐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한 뒤, 검찰로 이첩해 문제의 소지를 없앴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 결정에 윤 대통령 측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 측은 전날 법원이 재차 검찰의 구속 연장 신청을 허락하지 않자 "당연한 결정"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측이 검찰의 구속기소 후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공수처의 수사에 불응해 왔던 윤 대통령 측은 향후 법정에서도 수사의 위법성을 부각하며 공소기각을 요구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檢, 尹 구속 연장 불허 대비해 공소장 준비
앞서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구속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튿날인 24일 오후 10시께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에 대해 검찰엔 보완수사권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허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불허 결정 4시간 만인 25일 오전 2시께 구속기간 연장 허가를 재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비슷한 취지로 또다시 불허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는 검찰청 소속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해 명시적인 규정 등이 없는 만큼 이 사건에서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법원의 구속 연장 불허 결정 가능성에 대비해 윤 대통령 공소장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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