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감탄한 돈까스·햄버거집, 칠곡휴게소에 있다고? 이번 설에 가볼까” [푸디人]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5. 1.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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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인-56] 한미식당 (feat. 휴게소 맛집)

무작정 떠난 길에 귀인을 만나면 반가운 법이죠.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서 만난 ‘한미식당’이 딱 그랬습니다.

기차에 몸을 맡겨 왜관역에 내리게 됐고 굶주린 배를 채울 곳이 어디 있을까 찾아보던 중 한미식당이 눈에 띄었던 것이죠. 왜관이라고 하면 조선시대 일본이 무역하며 집단으로 거주하던 동네, 부산으로 향하는 경부선 철도의 조그마한 역 중 하나, 그리고 미군 부대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골구석에서 서구식 메뉴를 한국적으로 풀어내 까탈스러운 백종원 대표를 감탄시킨 식당이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정말 초야에는 무명 고수들이 즐비한 것 같습니다.

45년째 왜관 미군 부대 앞 터줏대감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미군 부대 캠프 캐럴 앞에 있는 한미식당. 안병준 기자
한미식당은 1960년부터 왜관읍에 주둔한 미군 부대 캠프 캐럴 후문 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예전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가게가 꽤 있어 이태원 같은 분위기였다고 하던데, 지금은 병력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문을 닫은 가게가 여러 곳 눈에 띄었습니다. 비어있는 건물 안에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었죠. 이런 곳에 맛집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한미식당 앞에 서자, 45년 노익장을 여전히 과시하는 가게라는 걸 느낄 수 있었네요.

식당 유리에는 2018년 ‘백종원의 3대 천왕’ 맛집으로 선정됐음을 손님들이 도저히 모를 수 없게끔 사진과 영상으로 도배해 놨습니다.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이 커다란 사진과 함께 유리창에 붙어있는 것은 약간 촌스러운 듯했는데 요즘 갬성으로는 레트로라고 봐야할까요.

본격적인 식사시간 직전인 오후 5시쯤 가게에 들어섰는데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고 이렇게 외진 곳까지 포장 손님들도 종종 다녀가는게 신기했습니다.

한미식당은 유건동 사장의 매제였던 존 매스톤이 연 ‘빅 존스(Big john’s) 레스토랑’이 효시이다. 안병준 기자
한미식당은 유건동 사장의 매제였던 존 매스톤이 연 ‘빅 존스(Big john’s) 레스토랑’이 효시입니다. 존 매스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상호라고 하네요.

매스톤 씨는 독일에서 미군생활을 하다 1979년 대구에 왔습니다. 요리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대구 남구 봉덕동에 식당을 차렸다가 1년 뒤 왜관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유건동 사장은 1980년부터 2대 사장으로 식당을 운영해왔습니다. 한미식당의 이름은 한국과 미국의 앞 글자를 땄다고 하네요. 2013년부터는 유건동 사장의 딸 유경미씨가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슈니첼을 한국말로 쉽게 말하면 ‘시내소’!
압도적인 크기의 왕돈가스 샌드위치 ‘치즈시내소’. 안병준 기자
유경미 대표는 끊임없이 고객들이 한미식당을 찾아준 효자 메뉴로 ‘치즈시내소’와 ‘비프코던블루’, 그리고 ‘한미버거’를 꼽습니다.

압도적인 크기의 왕돈가스 샌드위치 ‘치즈시내소’는 ​유럽에서 전해진 슈니첼(Schnitzel)에서 유래된 메뉴로 한미식당의 시그니쳐 메뉴입니다. 처음에는 시내소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슈니첼을 한국식으로 부르기 좋게 작명한 것이라고 하네요.

형태는 큼지막한 왕돈가스를 넣은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는데, 빵이 속보다 너무 작은 모습이 약간 생경한 느낌을 줍니다.

모습만 보면 전혀 색다를 게 없는데 고기의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냉동고기는 쓰지 않고 망치로 고기를 두드리는 정통 수타방식을 고집해서 그런지 연하면서도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이 최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튀김 요리를 밖에서 먹으면 먹고 난 후 속이 더부룩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요리마냥 속이 편안했습니다.

“크고 두툼한 왕돈가스와 치즈,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생양파의 조합이 잘 어울려요. ‘백종원의 3대천왕’ 출연과 아울러 지속해서 여러 매스컴과 유튜버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표 메뉴입니다.”(유경미 대표)

한미식당의 인기메뉴 비프코던블루. 안병준 기자
비프코던블루는 원래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 코르동블루가 주최한 요리경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한 독일 셰프의 출품작입니다. 소고기를 얇게 두들겨 스모크햄과 모짜렐라치즈를 넣어 말아서 튀긴 유럽식 스테이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칼로 자르면 치즈가 줄줄 흘러내리는 게 식욕을 자극합니다. 햄과 고기, 치즈 조합은 맛이 없을 수가 없죠. 담백한 소스와 고기와 햄에서 나오는 육향이 기분 좋게 조화를 이룹니다. 고기 옆에는 옛날 어렸을 때 갔던 경양식 식당처럼 샐러드와 볶음밥, 완두콩과 옥수수가 차려져 나오는 것도 옛 향수를 자극합니다.

“​치즈가 흔하지 않았던 40여년 전부터 고유한 레시피로 사랑을 받고 있는 한미식당 베스트 메뉴에요. 고소한 소고기와 햄과 치즈의 조합이 고급스러운 풍미로 입안을 즐겁게 해줍니다.”(유경미 대표)

수제버거인 한미버거. 한미식당 네이버 블로그
‘한미버거’는 매일 신선한 냉장육으로 만든 패티와 양배추 샐러드를 듬뿍 올린 수제버거입니다. 아쉽게 저는 이날 이 버거를 먹지는 못했습니다. 두 명이 비프코던블루와 치즈시내소를 다 먹느라 혼이 났기 때문이죠. 옆에 앉은 젊은 커플은 같은 메뉴를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기고 갈 만큼 양이 엄청납니다. 아무리 시골이지만 돈까스가 1만원이고 햄버거가 5000원밖에 안 하니 가성비로는 극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40년 전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고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 맛으로 40년간 200만개 이상 판매됐어요. 평일엔 150개 이상, 주말에는 300개 이상 지속해서 판매되고 있습니다.”(유경미 대표)

시골이긴 하지만 양이 풍족한 돈까스가 고작 1만원 밖에 안하다니 그 가성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안병준 기자
설 연휴 칠곡휴게소에서 한미식당을 즐겨보자!
칠곡휴게소 부산방면에 있는 한미식당. 한국도로공사
​​한미식당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하는 ‘백년가게’로 지정되었습니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사랑을 받아온 가게 가운데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선정된 점포입니다. 온누리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어 저는 최근 설 연휴를 맞아 15% 할인해 구매한 상품권을 이용했습니다. 가뜩이나 가성비 킹왕짱인데 15% 할인까지 받은 셈이니 ‘계 탄’ 느낌입니다.

또한 ​한미식당은 ​칠곡휴게소(부산방향)에 입점해 똑같은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한국도로공사가 개최한 ‘2024년 휴게소 음식 페스타’에서 ‘명품 맛집’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명품 맛집’은 휴게소에서 지역 유명 맛집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현재 150여곳이 있다고 하네요.

이번 설 연휴 혹시 칠곡휴게소를 지나가실 일이 있다면 한미식당에 들러서 45년 내공이 느껴지는 ‘치즈시내소’와 ‘비프코던블루’, 그리고 ‘한미버거’ 한번 드셔보시죠!!

유경미 대표의 멘트는 백년가게 한미식당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mee929/223342667835)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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