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감탄한 돈까스·햄버거집, 칠곡휴게소에 있다고? 이번 설에 가볼까” [푸디人]
무작정 떠난 길에 귀인을 만나면 반가운 법이죠.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서 만난 ‘한미식당’이 딱 그랬습니다.
기차에 몸을 맡겨 왜관역에 내리게 됐고 굶주린 배를 채울 곳이 어디 있을까 찾아보던 중 한미식당이 눈에 띄었던 것이죠. 왜관이라고 하면 조선시대 일본이 무역하며 집단으로 거주하던 동네, 부산으로 향하는 경부선 철도의 조그마한 역 중 하나, 그리고 미군 부대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골구석에서 서구식 메뉴를 한국적으로 풀어내 까탈스러운 백종원 대표를 감탄시킨 식당이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정말 초야에는 무명 고수들이 즐비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미식당 앞에 서자, 45년 노익장을 여전히 과시하는 가게라는 걸 느낄 수 있었네요.
식당 유리에는 2018년 ‘백종원의 3대 천왕’ 맛집으로 선정됐음을 손님들이 도저히 모를 수 없게끔 사진과 영상으로 도배해 놨습니다.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이 커다란 사진과 함께 유리창에 붙어있는 것은 약간 촌스러운 듯했는데 요즘 갬성으로는 레트로라고 봐야할까요.
본격적인 식사시간 직전인 오후 5시쯤 가게에 들어섰는데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고 이렇게 외진 곳까지 포장 손님들도 종종 다녀가는게 신기했습니다.
매스톤 씨는 독일에서 미군생활을 하다 1979년 대구에 왔습니다. 요리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대구 남구 봉덕동에 식당을 차렸다가 1년 뒤 왜관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유건동 사장은 1980년부터 2대 사장으로 식당을 운영해왔습니다. 한미식당의 이름은 한국과 미국의 앞 글자를 땄다고 하네요. 2013년부터는 유건동 사장의 딸 유경미씨가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크기의 왕돈가스 샌드위치 ‘치즈시내소’는 유럽에서 전해진 슈니첼(Schnitzel)에서 유래된 메뉴로 한미식당의 시그니쳐 메뉴입니다. 처음에는 시내소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슈니첼을 한국식으로 부르기 좋게 작명한 것이라고 하네요.
형태는 큼지막한 왕돈가스를 넣은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는데, 빵이 속보다 너무 작은 모습이 약간 생경한 느낌을 줍니다.
모습만 보면 전혀 색다를 게 없는데 고기의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냉동고기는 쓰지 않고 망치로 고기를 두드리는 정통 수타방식을 고집해서 그런지 연하면서도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이 최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튀김 요리를 밖에서 먹으면 먹고 난 후 속이 더부룩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요리마냥 속이 편안했습니다.
“크고 두툼한 왕돈가스와 치즈,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생양파의 조합이 잘 어울려요. ‘백종원의 3대천왕’ 출연과 아울러 지속해서 여러 매스컴과 유튜버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표 메뉴입니다.”(유경미 대표)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칼로 자르면 치즈가 줄줄 흘러내리는 게 식욕을 자극합니다. 햄과 고기, 치즈 조합은 맛이 없을 수가 없죠. 담백한 소스와 고기와 햄에서 나오는 육향이 기분 좋게 조화를 이룹니다. 고기 옆에는 옛날 어렸을 때 갔던 경양식 식당처럼 샐러드와 볶음밥, 완두콩과 옥수수가 차려져 나오는 것도 옛 향수를 자극합니다.
“치즈가 흔하지 않았던 40여년 전부터 고유한 레시피로 사랑을 받고 있는 한미식당 베스트 메뉴에요. 고소한 소고기와 햄과 치즈의 조합이 고급스러운 풍미로 입안을 즐겁게 해줍니다.”(유경미 대표)
“40년 전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고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 맛으로 40년간 200만개 이상 판매됐어요. 평일엔 150개 이상, 주말에는 300개 이상 지속해서 판매되고 있습니다.”(유경미 대표)
또한 한미식당은 칠곡휴게소(부산방향)에 입점해 똑같은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한국도로공사가 개최한 ‘2024년 휴게소 음식 페스타’에서 ‘명품 맛집’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명품 맛집’은 휴게소에서 지역 유명 맛집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현재 150여곳이 있다고 하네요.
이번 설 연휴 혹시 칠곡휴게소를 지나가실 일이 있다면 한미식당에 들러서 45년 내공이 느껴지는 ‘치즈시내소’와 ‘비프코던블루’, 그리고 ‘한미버거’ 한번 드셔보시죠!!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심서 징역 2년6개월…‘음주 뺑소니’ 김호중, 구치소 수감중 들려온 소식 - 매일경제
-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던 이주호 장관의 발 빠른 전향[노원명 에세이] - 매일경제
- “헝가리 의대 출신 39명 합격”... 외국 의대 출신 국시 합격자 급증 - 매일경제
- “이재명 명 받들어 움직이더니 꼴좋다”…검찰 비판한 홍준표 - 매일경제
- 박지원 “검찰총장 회의 소집, 불길한 냄새 풍겨…尹검찰은 정치하듯 수사” - 매일경제
- “배변 처리 힘들다”... 물티슈 환자 항문에 끼운 요양보호사 폭행죄 - 매일경제
- “화장장 못구해 사일장·오일장”…독감 사망자 폭증에 화장장·영안실 포화 - 매일경제
- 파주서 20대 연인 사이서 칼부림...여성은 피살, 가해 추정 남성도 사망 - 매일경제
- “사위한테 안 나눠줄 방법 없을까요”…로펌서 상속 설계 받는 W세대 - 매일경제
- ‘3호골 폭발!’ 김민재, 경기 MVP 선정…“경기 내내 압도적 존재감!”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