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타고 HBM '슈퍼 호황'…질주하는 'SK' 추격하는 '삼성'

한재준 기자 2025. 1. 2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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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20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메타 93조 투자…HBM 수요 폭증 가능성
SK, 양산성 집중해 HBM4서 1위 수성…삼성, 1c D램 적용으로 승부수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다. 올해도 AI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AI 메모리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시장 점유율을 놓고 3대 메모리 기업인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 미국 마이크론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등이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미국 AI 인프라에 4년간 최소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천문학적인 투자 소식 사흘 만에 메타 수장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650억 달러(약 93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주일새 우리 돈으로 800조 원이 넘는 투자 계획이 발표된 셈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투자가 집행되면 AI 가속기 시장의 독보적인 1위인 엔비디아가 최대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가속기 대부분이 엔비디아 제품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배석한 기자회견서 “AI 인프라에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최소 5000억 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1.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신영증권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 금액은 미국과 중국 빅테크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액의 1.68배에 달한다"며 "매년 30~40%의 추가적인 설비투자 상향 조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TSMC의 전망도 이와 일치한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최근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2.0 산업은 올해 강력한 AI 수요와 세트 시장의 회복에 힘입어 연간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AI 가속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2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AI 가속기 판매가 확대된다는 건 곧 HBM 수요도 폭증한다는 의미다. 레거시(범용) 메모리 시장은 둔화하고 HBM 등 AI 메모리 시장만 호황을 누리는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재 5세대 HBM3E에서 SK하이닉스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왕좌 오른 SK, 1위 굳히기…삼성, HBM4 승부수로 역전극 노려

HBM 대전 1라운드는 SK하이닉스의 완벽한 승리였다. 10여년간 꾸준히 HBM 기술 개발을 이어온 결과로 4세대(HBM3)는 물론 HBM3E에서도 엔비디아의 제1공급사 지위를 누리게 됐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66조 1930억 원), 영업이익(23조 4673억 원), 순이익(19조 7969억 원)에서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해 HBM 매출만 전년 대비 4.5배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가속기 '루빈'에 탑재되는 HBM4에서도 왕좌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가속기를 생산하는 TSMC와 함께 HBM4 개발을 진행 중이다. HBM3E까지는 D램 칩의 정보를 제어하는 베이스다이를 자체 제작했는데 HBM4부터는 TSMC가 보유한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한다.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도 적용된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10나노급 6세대 D램(1c)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했음에도 HBM4에 1b D램(10나노급 5세대 D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적기에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물량을 가장 빨리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1c D램은 차세대 제품인 7세대 HBM(HBM4E)에 적용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 내년 HBM 물량 계약이 마무리 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4.10.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지난해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에서 매번 고배를 마신 삼성전자는 HBM4 개발에 전사 역량을 투입하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

HBM3E 물량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가져간 만큼 HBM4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HBM4에 최선단 D램 기술인 1c나노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HBM4를 출시할 예정인 만큼 상반기 중 1c D램 기술 개발을 마무리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을 대상으로 연말 성과급 격인 '초과 이익성과급'(OPI)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초강수를 뒀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제도다. 1년 뒤 주가가 내려가면 자사주 지급량은 줄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결기로 해석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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