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새벽 배송기사는 ‘택배원’…산재보험 특례 적용 대상”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
새벽배송 전문업체 컬리의 배송 업무를 대신하는 배송기사가 산재보험 대상인지를 다투는 소송에서 1·2심 모두 배송기사가 승소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컬리 배송기사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택배원)로서 특례법을 적용받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1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서울고법 행정10-1부는 2025년 1월 10일 배송기사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항소 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컬리넥스트마일)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각각 부담하라고 했다.
A 씨는 이커머스 기업 컬리의 물류 자회사인 컬리넥스트마일과 화물운송 위탁계약을 맺고 새벽배송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20년 12월 22일 새벽 인천 서구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그는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산재보험법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를 산재보험법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를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정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A 씨는 별도 사업자로 등록하고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며 요양불승인을 결정했다.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산재보험법이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택배원)로서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근로복지공단은 조사를 거쳐 ‘새벽배송’만 담당하는 A 씨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사고 당시 A 씨의 새벽배송 업무에는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집화 과정이 없고 수도권과 지방 등을 오가는 물류 수송과정 없이 소비자가 주문한 물품을 화주의 요구에 따라 운송하는 업무만 수행했기 때문에 택배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2022년 9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컬리넥스트마일이 사실상 A 씨의 업무를 지휘·감독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보고 2023년 7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사고 당시 화물 상차부터 배송 완료까지 모든 업무 과정을 회사가 제공한 모바일 앱에 입력했다. 회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A 씨에게 업무 내용을 지시했고 배송지역 조정·계약 해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도 있었다.
A 씨의 출근 장소와 담당 배송 지역이 특정됐고 지정된 시간(다음 날 오전 7시) 이내에 화물을 배송해야 하는 점과 회사로부터 운송료 등 명목으로 매월 480만원의 고정급을 받은 점도 근로자로 인정받은 근거가 됐다.
2심 “컬리 배송기사는 근로자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참가인과의 사용종속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운송 일정과 운송경로가 고정적, 반복적인 형태이기는 하나 이는 참가인에게 배송에 관한 업무를 의뢰한 컬리의 독특한 사업 구조 및 이 사건 계약의 특성과 내용에 따른 것”이라며 “이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참가인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가인이 배송 앱을 통해 물품의 최적 배송 경로를 안내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있다고 본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참가인의 이러한 행위는 배송업무의 수행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이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게 하기 위해서”라며 “매일매일 지정된 시간까지 완료돼야 할 배송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인적 사정이 있어 약정된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참가인에게 담당 배송지역의 조정, 배송물량 및 그에 연동되는 운송비의 변경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업무 수행의 구체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원고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귀속됐을 뿐만 아니라 그 수행의 방법이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는 원고에게 상당한 재량권이나 협상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고가 영업용 화물차량을 자신의 자금으로 마련한 점, 배송업무를 마친 후 다른 배송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는 점,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 적용을 받지 않은 점, 별도로 사업자등록을 해 부가가치세 등을 직접 신고·납부한 점 등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근거가 됐다.
특례법 적용되는 ‘택배원’ 결론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택배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로 판결했다. 산재보험범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인 사람으로서 택배사업에서 집화 또는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며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도 해당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고객이 ‘마켓컬리’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한 식생활용품을 참가인의 물류센터에서 전달받아 운송 영업용으로 구입한 원고 소유의 화물차량에 상차한 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며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택배원’의 또 다른 요건을 ‘택배사업에서 집화 또는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화물차량을 이용해 참가인의 서브터미널에서 상차한 물품을 담당 배송지역 내의 지정된 배송주소로 배달하는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이는 ‘배송’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컬리 물류·배송 사업 부분을 전담하게 할 목적으로 참가인을 설립한 점, 컬리와 참가인이 법인격으로 구별되는 사업체이기는 하지만 참가인 사업의 성격이나 내용은 그 앞 단계에서 컬리가 수행한 사업과 연계해 실질적으로 평가함이 타당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컬리 단계에서 배송할 물품의 수령·운송·수집 등 ‘집화’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40개 이상의 협력업체로부터 물품 운송을 의뢰받아 이른바 ‘제3자 물류대행’도 사업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는 점 등도 원고를 택배원으로 봐야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적어도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근무일의 근무시간 동안에는 참가인으로부터 위탁받은 물품을 배송하는 업무에만 전념할 수 없었고 배송업무를 수행하면서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타인을 사용한 사실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산재보험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1심 판결은 이유 설시에 있어 상이한 부분이 있지만 결론은 동일해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한국경제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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