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인간승리 레전드도 음주운전 전력은 극복 못했다…결론은 자진사퇴, 현장복귀는 언감생심이었나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KBO 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레전드 2루수 중 1명으로 꼽히는 박정태(56) 전 SSG 퓨처스 감독의 선수 생활은 '인간승리'라는 네 글자로 함축할 수 있다.
1991년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박정태 전 감독은 데뷔 첫 시즌에 타율 .285 14홈런 75타점 3도루를 기록하면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1992년에는 타율 .335 14홈런 79타점 7도루로 맹활약, 타격 부문 2위에 오르는 등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작은 체구에도 2루타 43개를 폭발한 그의 야무진 타격은 부산 팬들을 열광케했다. 1991~1992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당연히 박정태 전 감독의 몫이었다.
박정태 전 감독은 1993년에도 타율 .359로 승승장구하면서 생애 첫 타격왕을 향해 정조준했다. 그런데 웬걸. 5월 23일 사직 태평양전에서 2루로 슬라이딩을 하다 발목 복합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으면서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선수 생활을 마감할 수도 있는 '중상'이었다. 하지만 박정태 전 감독에게 포기는 없었다. 5번의 수술을 견딘 그는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1995년 그라운드로 전격 복귀했다. 기적처럼 돌아온 그는 기다렸다는 듯 맹타를 몰아쳤고 1996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1998~1999년에는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2연패에 이어 2년 연속 올스타전 MVP도 수상하면서 야구 인생의 최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박정태 전 감독에게 1999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남아있다. 31경기 연속 안타로 '박정태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물론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근성'을 선보인 것이다. '혈투' 그 자체였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관중 난동 사태 이후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선수단을 결집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장면이다.
박정태 전 감독하면 독특한 타격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필리핀 선수들에게도 비웃음을 샀다는 특유의 '흔들타법'은 점점 괴상한 타격폼으로 변화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부산 야구의 영웅이 된 박정태 전 감독은 2004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 통산 기록 1167경기 타율 .296 1141안타 85홈런 639타점 22도루를 남기고 퇴장했다.
롯데에서만 뛴 '원클럽맨'인 박정태 전 감독은 은퇴 이후에도 롯데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2007~2012년 롯데에서 1군 타격코치와 2군 감독 등을 역임했고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서는 타격코치를 맡기도 했다.
그런데 그에게 찾아온 것은 오랜 공백기였다. SSG가 박정태 전 감독을 새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외조카인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역과의 만남이 주목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프로 세계에서 10년 이상 공백을 가진 것이 물음표로 떠올랐다. 여기에 음주운전 전력이 불거지면서 각종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박정태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음주운전과 버스 운전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그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세 차례나 적발된 사실이 공개됐다. 야구 팬들이 '음주운전 3회'로 KBO 리그에서 퇴출된 강정호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박정태 전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었다. SSG는 지난 24일 박정태 전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24일 만에 SSG를 떠나게 된 박정태 전 감독은 "감독 선임 이후 팬분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 팬과 구단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 향후 낮은 자세로 KBO 리그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보겠다"라면서 자진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고 구단도 고심 끝에 수용했다.
선수 시절 큰 부상을 입고 은퇴할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인간승리'의 표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음주운전 전력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그만큼 음주운전에 엄격해진 세상이다. SSG는 "조속히 퓨처스팀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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