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윤이나에게 꼭 필요한 류현진의 '특급 조언'
[골프한국] 윤이나(22)가 LPGA투어에서 뛰기도 전에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 파이널에서 8위를 기록하며 2025시즌 LPGA투어 풀시드를 획득한 윤이나는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최고의 주가를 만끽하고 있다.
오구(誤球) 플레이로 인한 출전정지에 묶였다가 징계 경감 조치로 지난해 4월 두산 위브 챔피언십 대회로 투어에 복귀한 윤이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KLPGA투어에 돌풍을 일으키며 스타로 부상했다. 23개 대회에 참가해 우승 1회, 톱10 12회 등으로 대상, 상금왕, 최저 평균타수상 등을 차지했다. 그에 대한 골프팬들의 호불호가 엇갈리긴 하지만 KLPGA투어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윤이나가 LPGA투어 퀄리파잉 파이널에 도전하자 'KLPGA의 은혜(출전정지 경감조치)를 잊고 자신의 이익만 좇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없지 않았지만 그의 LPGA 진출은 되돌릴 수 없었다.
윤이나는 지난 19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1월 30~2월 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버케이션즈 토너먼트를 건너뛰고 2월 6~9일 플로리다주 브레든턴에서 열리는 파운더스컵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LPGA투어 진출이 확정된 뒤 윤이나를 둘러싸고 일어난 변화에 골프계마저 놀라고 있다. 국내에서 그는 스타 플레이어로 인기가 높았지만 그의 주가가 이렇게까지 치솟으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폰서들이 그에게 몰렸고 계약 규모도 상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의 블룸베리 리조트 앤드 호텔 그룹의 카지노 리조트인 솔레어와 2년간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솔레어가 한국 선수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은 박성현, 고진영에 이어 세 번째. 박성현은 계약 기간이 종료됐고 고진영은 올해도 솔레어 로고를 단다. 윤이나의 후원 금액은 국내에서 받았던 것의 3배 이상으로 알려졌다.
클럽과 의류 후원도 싹 바뀌었다. 윤이나는 지난해까지 타이틀리스트와 클럽, 크리스패션 마스터바니 에디션과 의류계약을 맺었는데 이번에 테일러메이드에 클럽과 의류를 모두 맡겼다. 서브 스폰서도 뒤따랐다. 치킨 프렌차이즈 BBQ, 종합자산운용사 칸서스자산운용과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메인 스폰서였던 하이트진로를 비롯해 2~3개의 서브 스폰서 계약도 진행 중이다.
1년 전의 상황에 비교하면 가히 '천지개벽' 수준이다.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되는 데다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스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골프 전문 주간지 골프위크가 '2025년 LPGA투어에서 주목할 신인 6명'의 한 명으로 조명하고, LPGA투어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란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도 한몫했다.
스폰서 계약만으로 보면 윤이나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스폰서 후원 수입만으로 평생이 보장될 정도다. 그러나 골프선수라는 본연의 자리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절반의 성공'도 덧없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우선 LPGA투에서 신인왕을 놓고 경쟁해야 할 상대들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JLPGA투어 2승과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Q스쿨 1위로 통과한 야마시타 미유, 지난해 JL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리오 다케다, 쌍둥이 자매인 이와이 아키에와 이와이 치사토,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출신인 스웨덴의 잉그리드 린드블라드 등이 신인왕 자리를 노리고 있다.
관건은 윤이나가 LPGA투어를 둘러싼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지혜롭게 그리고 빨리 적응하는가이다.
최근 LA다저스와 입단계약을 맺은 키움 히어로즈의 김혜성(26)에게 남긴 류현진(38·한화 이글스)의 조언은 윤이나에게 딱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남다른 친화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수 있었던 류현진은 "일단 빨리 친해져라."고 강조한다. 추신수 등 선배들이 그에게 해줬던 첫 번째 조언도 같았다고 한다. 그는 "일단 그냥 부딪혀야 한다. 클럽하우스에 있을 때나 밥 먹을 때 너무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같이 먹으려고 하고 선수들과 이야기하려고 나서라고 주문했다. 말이 잘 안 통해도 혼자 떨어져 있지 말고 동료들에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교감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되지 말라는 것이다.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도 LPGA투어에서 물에 기름처럼 지내다 결국 퇴출 위기에 놓은 선수는 반면교사다.
LPGA투어의 선수들 각자가 서로 경쟁자이긴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골프 코스를 누비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선수들과 교감하지 못하면 기량 발휘도 어렵다는 의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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