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더블 할 뻔 했던 김단비, “우리에게 지면 상대가 창피한 것”
김단비는 24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와 원정 경기에서 26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아산 우리은행이 60-54로 승리하는데 앞장섰다.
BNK에게 첫 연패를 안긴 우리은행은 15승 7패로 BNK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축 전력들이 대거 이탈한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 탈락을 걱정해야 했지만, 시즌 중이라고 해도 공동 1위로 올라선 건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다.
우리은행이 승승장구하는 중심에는 김단비가 있다.
승리 소감
(실책 9개를 해서) 아깝게 트리플더블을 놓쳐서 아쉬운 경기였다(웃음). 이전 경기를 박빙으로 한 뒤 내려와서 경기를 했다.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같이 한 발 더 뛰어서 승리할 수 있었다.
공동 1위
이번 시즌 같은 경우 2위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누가 말해주기 전까지 순위표를 보지 않는다. 시즌을 치르면서 순위표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은행 와서 더더욱 그랬다. 공동 1위, 그 동안 2위를 했다는 것에 감흥이 없었다.
솔직히 감독님 빼고 아무도 순위를 안 본다. 저희는 안 본다. 제 농구 인생을 걸고 맹세하는 거다. 우리는 2위인지 몰랐다. 삼성생명이 1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언니. 우리 BNK랑 공동 1위래요’ 그래서 ‘뭔 소리야, 왜 이래’ 이런 분위기다. 선수들은 정말 순위를 아예 안 본다.
감독님이 순위표 보지 말라고 한 건가?
우리가 우승할 전력도, 2위할 전력도, 3위할 전력도 아니다. 4위도 간당간당할 전력도 아닌데 한 경기 한경기 열심히 해서 가자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른다. 이 경기를 이긴다고 2위야, 3위야 이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한 경기를 치르는 게 급급하다.
이기면 잘 하는 거고, 지면 다음에 잘 하면 된다. 우리는 잃을 게 없다. 우리에게 지면 상대팀이 창피한 거다. 우리가 창피한 게 아니다. 선수들을 놓고 보면 우리에게 지는 게 창피한 거다.
우리는 다른 팀에 비해 많은 훈련을 열심히 했고, 경기에 들어가면 열심히 뛰고, 이기면 ‘우리가 많이 늘었어’하며 박수 치는 거다. 지면 감독님께 혼나고 다음 경기에 나간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한다.
실책 많았던 이유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웃음). 왜 이렇게 많았지? 9개 해서 트리플더블을 할 뻔 했다. 우리 팀 사정상 공을 오래 가지고 있고, 수비가 2~3명씩 몰려서 실책이 많은 거 같다. 그 부분은 제가 반성을 하고 어떻게 빨리빨리 내줄지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패스를 덜 했다. 최근 몇 경기에서 수비가 저에게 몰리는 걸 보니까 제가 하던 방식대로 시야를 넓게 보며 패스를 하는 해결책을 가져가야 한다.
이민지가 잘 해주고 있다.
확실히 공격력이 좋다. 슛도 있는 선수다. 완성형이라고 말하지 못하지만, 꾸준하게 훈련을 하면 완성형 선수가 될 거 같다.
미팅할 때 제가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선수들이 경험을 엄청 많이 한 게 아니다. 이번 시즌 많이 뛰는 선수들이다. 후반이 되면 슛을 안 던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제가 공을 더 오래 만지는 경향이 있다. 미팅을 할 때 하는 이야기가 후반에도 나에게서 나가는 볼은 슛을 쏘라는 거다. (함께 기자회견에 들어온) 박혜미도 2~3개를 안 쐈다. 그렇게 안 쏘는 경향이 있다(웃음). 이런 상황에서 빨리 슛을 쏘라고 계속 이야기를 한다. 후반에 제가 공을 오래 가지는 건 저와 선수들이 미팅과 연습을 하면서 보완을 해야 할 모습들이다.
SK의 워니 같은 선수라는 말이 나왔다.
SK 경기를 보고 깜짝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렇게 하지?’ 외국선수라서 뛰어나다고 하지만, ‘어떻게 저렇게 쉽게 농구를 하지’ 생각했다. 워니는 쉽게 농구를 하지만, 저는 어렵게 농구를 해서 다르다.
위성우 감독이 2년 전에 왔을 때보다 어른스러워졌다고 했다.
어른스러워진 걸까, 나이가 든 걸까(웃음)? 이번 시즌 팀의 최고참을 처음 한다. 고참으로 언니로 성숙해지려고 노력한다. 아직은 부족하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걸 보니까 그래도 조금은 성숙해진 거 같다(웃음).
반대로 감독님은?
늙으신 거 같다. 저는 (신한은행에서 코치 시절인) 감독님께서 너무 어렸을 때 봤다. 그 때 에너지와 지금 에너지를 보면 ‘나이를 드셨구나’하는 모습을 봐서 짠하다.
그래도 무섭지 않나?
감독님께서 가끔 ‘뭐가 무서워, 쟤가 무서워’ 말씀 하시는데, 솔직히 재네가 무서운 게 아니라 감독님이 무섭다.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뭐가 무서워, 어떤 선수가 무서워’ 하시는데 감독님 착각이다. 우리는 선수가 무서운 게 아니라 감독님이 무섭다(웃음). 자꾸 착각하신다.
저는 초반보다 많이 떨어졌다. 제일 무서운 게 이기는 게 습관이 되는 것과 지는 게 습관이 되는 게 무섭다. 처음 시즌 시작했을 때 자신이 없었다. 언론에서 저만 조명을 받고, 후배들은 잘 할까 말까 하면서 우리 전력은 떨어졌고 상대는 강해져서 의심을 했다. 그런데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니까 이기기도 하고 쉽게 안 졌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이기면서 예전에는 ‘경기에 나가면 이길까 질까’ 이런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우리 이길 수 있어. 지면 자존심 상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기는 법을 배운 게 조금 다르다.
자신감이 활동량이나 집중력으로 바뀌나?
그런 게 있다. 경기를 하다가 박빙이든 지고 있을 때도 진다는 생각보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이기고 있다가 역전을 당하면 ‘우리는 역시 지네’라는 생각보다 ‘우리가 이길 수 있어’라는 생각을 조금씩 하니까 모이고 모여서 이기는 습관이 된다.
감독님께서 혼낼 때
두 가지가 있다. 감독님께서 뭐라고 하실 때 더 대답을 크게 할 때와 나는 그게 아닌데 감독님께서 그러시면 서운하고, 상처를 받는다. 오늘(24일) 되게 서운했다. 상처를 받고 짜증이 나서 감독님을 안 본다(웃음). 그럴 때가 있다. 그렇게 감독님과 계속 싸운다.
신한은행 때 팀을 이끌었는데 지금 차이
지금은 이끌어 나가는 것보다 이끎을 당하고 있다. 코트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건 당연히 맞다. 하지만, 이 전체를 이끄는 감독님, 코치님께서 계신다. 저도 감독님과 코치님을 따라가는 입장이다. 그 때와 조금 다르다. 저도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는 상황이다.
#사진_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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