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지… 무적이 된 ‘컬링판 5G’

경기도청 컬링팀 ‘5G’는 국내 컬링의 새로운 ‘아이돌’이다. 선수 다섯 명(김은지·김수지·설예지·설예은·김민지) 중 네 명 이름이 ‘지’로 끝나고, 남은 한 명인 설예은(29)은 평소 먹는 걸 좋아해 별명이 ‘돼지’라서 5G라는 애칭을 얻었다. 별명은 앙증맞지만 무게가 20kg이나 되는 스톤(컬링 공) 앞에서는 매섭다. 지난 8일 국내 컬링 슈퍼리그 결승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딴 팀 킴(김은정·김경애·김초희·김선영·김영미)이 버티는 강릉시청을 꺾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에는 한국 컬링 사상 처음으로 4대 메이저 국제 대회 중 하나인 ‘그랜드슬램 오브 컬링’(내셔널)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2023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5G는 다음 달 7일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동계 아시안게임에도 한국을 대표해서 나간다.

지난 23일 경기 의정부컬링장에서 만난 5G는 슈퍼리그 우승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었다고 했다. 슈퍼리그 결승 직후 캐나다에서 열린 또 다른 메이저 대회 그랜드슬램 오브 컬링(마스터스)에 도전했으나 예선 탈락. 스킵(주장)이자 맏언니인 김은지(35)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슈퍼리그 우승은 다 까먹었다”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G는 2023-2024시즌 그랜드슬램 우승을 포함, 출전한 국제 대회마다 5위권에 꾸준히 들었다. 4년 만에 국가 대표에 복귀해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2024-2025시즌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3차례 연속 예선 탈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세컨드를 맡고 있는 김수지(32)는 “저번 시즌에는 오랜만의 국제 대회라 ‘잃을 게 없으니 즐겨보자’는 식으로 부담 없이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 국제 대회를 ‘오답 노트’로 삼았다”고 했다.
5G는 모두 의정부시 송현고등학교 출신이다. 설예지와 설예은은 쌍둥이 자매. 중학교 1학년인 2009년에 컬링을 같이 시작했다고 한다. 최대 9년 차이 선후배들이 모였지만 체육계 관행인 깐깐하고 엄격한 ‘규율’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들 “우리 팀에서는 언니가 을(乙)”이라고 한다. 5G는 슈퍼리그 우승 뒤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막내 김민지(26)가 주도했다. 원래 걸스데이의 ‘링마벨’을 출 계획이었지만 춤이 어려워 더 쉽고 짧은 ‘릴스’ 춤으로 대체했다.
김은지는 소속팀 경기도청(전 경기도체육회)에만 15년 가까이 있는 베테랑이다. 리드 설예은도 10년가량 같이 몸담았다. 선수 생활 이래 지금 팀 분위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평소 빙판 안팎에서 자주 소통하며 지내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 설예은은 “직장 동료보다는 자매라고 생각한다”면서 “경기 중 스톤을 어디까지 보낼 건지, 바닥을 얼마나 닦을 건지 의견이 나뉘는데, 충돌이 있더라도 경기 후에 토론하면서 바로 푼다”고 했다. 휴가 때도 5명이 베트남·일본 등 해외여행을 같이 가며 팀워크를 다진다고 한다.
5G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긴장이 될 법도 하지만 정작 팀원들은 “설렘이 더 크다. 금메달을 꼭 목에 걸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김은지는 “큰 대회에 나가면 관중이나 함성 등 공기부터 다르다. 팀원들에게 적응법 등을 틈날 때마다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신동호 경기도청 감독은 “설 연휴에도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여자 컬링 금메달을 노린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3월에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국내에서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5G의 홈구장 의정부빙상장이 무대라 기대가 크다. 6월에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가 대표 선발전이 있다. 얼터 설예지는 “올림픽은 꿈 그 자체다. 출전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우선 아시안게임만 바라보고 있어요. 사실 컬링 하면 ‘팀 킴’을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5G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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