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드라마 '스터디그룹', 더 미친 황민현의 연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스터디그룹' 유성공고의 수학 수업 시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단항식을 가르치고 있다. 열심히 설명하던 선생님은 학생들을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학생들은 일제히 엎드려 자고 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닌 듯 선생님은 "꼴통 새끼들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라고 말한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사삭" 분주히 글씨 쓰는 소리가 난다. 선생님을 제외하고 모두가 잠든 교실에, 누군가가 깨어있다. 심지어 선생님이 하는 말을 토씨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필기하고 있다. 속기사를 해도 될 정도로 아주 꼼꼼하게. 똑쟁이 안경을 쓰고 펜을 수준급으로 다루는 이 학생의 정체는 전교에서 두 번째 꼴찌(220명 중 219등) 윤가민(황민현)이다.
윤가민은 '공부 덕후'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본인이 좋아서 한다. 학원도, 과외도 다 본인이 원해서 했고, 또 필기의 달인이라 볼펜 종류마다 사양을 훤히 꿰뚫고 있다. 공부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며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운동도 한다. 유성공고도 그래서 갔다. 유성공고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담배를 피울 정도로 최악의 꼴통 학교다. 선생님의 방관과 학생의 방황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다. 학교 곳곳에는 아예 담배꽁초를 버리는 드럼통까지 놓여 있다. 공부하면 오히려 무시받는 학교다. 가민은 그래서 유성공고에 갔다. 반사 이익을 노린 것이다. 그곳이라면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유성공고에 입학하던 날 윤가민의 눈동자는 반짝이다 못해 조금은 돌아 있다. 학교 친구들은 생각보다 더 불량하다. 숨 쉬듯 욕을 하고, 눈을 마주치면 시비부터 걸고 본다. 당연히 수업도 제대로 안 듣는다. 하지만 반사 이익은 없었다. 가민은 또 최하위 성적을 받았다. 절망하던 그때, 가민의 예리한 눈에 함께 공부할 친구 김세현(이종현)이 들어왔다. 집안 사정으로 공부할 처지가 못 되는 세현은 가민을 밀어낸다. 어느 날 괴롭힘 받던 세현을 가민이 구하며 친구가 됐고, 그렇게 스터디그룹이 탄생한다. 공부 못하는 가민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는데, 싸움을 무시무시하게 잘한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방송을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 1, 2회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몰린 윤가민이 최악의 꼴통 학교 유성공고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코믹 고교 액션물이다. 공부하기 위해 싸움을 선택한 '힘숨찐'(힘을 숨기는 주인공) 가민, 그리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스터디그룹을 지켜내려는 학생들의 '단짠'(달고 짜다) 성장기가 이어진다.
독특한 설정과 폭죽 같은 연출은 한 마디로 미쳤다. 미친 드라마의 탄생이다. 설정도 미쳤고, 주인공도 미쳐 있다. '고쿠센'이나 '크로우즈 제로' 같은 일본의 불량 학원물 배경에, 마치 홍길동처럼 처지가 안타까운 주인공을 내세워 아주 특별한 맛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주인공 가민 역의 황민현은 '스터디그룹' 전후로 배우 인생을 나눠도 될 만큼 1, 2회부터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얼굴이 정면으로 등장하는 첫 신에서의 돌아있는 얼굴은 너무 제대로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달콤하게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나"를 외친 후, '환혼'에서 다정한 서브남을 연기했던 황민현은 본 적 없던 생경한 얼굴로 엄청난 임팩트로 담긴다. 우리가 알던 황민현이 아니지만, 그래서 다시 애정하게 될 황민현이다.

황민현의 의외성과 반전은 '스터디그룹'에 더할 나위 없이 커다란 재미를 불어넣는다. 극 중 캐릭터의 '힘순찐' 반전은, 이를 연기한 황민현의 반전과 함께 융합되며 더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해사한 미소를 짓던 스윗가이에서 은은하게 돌아있는 눈빛을 기본값으로 장착한 '스터디그룹'의 모습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어떤 작품에서도 보지 못한 '모자란 똑쟁이' 연기 영역은 지금 오직 황민현의 것이다.
1, 2회를 보고 나면 '스터디그룹' 이장훈 감독이 황민현에 대해 "방향과 톤만 잡아주면 그걸 표현하는 연기 센스가 무척 좋은 배우"라고 말한 까닭이 오롯하게 이해간다. 이는 눈빛이나 분위기에서 점철된 연기만이 다가 아니다. 태가 상당한 액션 신도 황민현에게 놀라게 되는 부분이다. 황민현은 윤가민의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8개월여간 무술 연습에 임했고, 쌍절곤, 발차기, 와이어 등을 유려하게 구사하며 캐릭터 특유의 통쾌하고 역동적인 액션을 타격감 넘치게 보여준다.
미친 드라마의 휘황찬란한 배경 속에서, 황민현은 주인공의 무게감을 탁월하게 잡으며 더 미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스터디그룹'으로 황민현은 일종의 해방을 보여주며 제대로 날아다닌다. 이것은 그의 연기 인생을 바꿔놓을 중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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