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된 '공사 적자'… 상장건설업체 영업익 '34%' 뚝

이화랑 기자 2025. 1. 24. 04: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어닝쇼크', 전년 대비 2조↓… 대형사들 실적 부진 전망
현대건설이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건설업계에 '어닝 쇼크'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현대건설이 지난해 1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건설업계의 실적 부진이 현실화됐다. 공사원가 상승으로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어닝 쇼크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음 달 초 연간 실적을 공시할 예정인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도 부진한 실적이 전망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을 기록해 전년(영업이익 7854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건설이 연간 적자를 기록한 건 2001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당시 3828억원의 영업손실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실적 하락에 대해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사업장 등에서 공기 지연·설계 변경 등에 따라 1조원 넘는 손실이 발생해 4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공사원가가 급등한 원인도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실적에 연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사업 비용을 반영, 연간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7854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사진은 현대건설 실적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도 전체 사업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 성장했지만 건설부문은 역성장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4%, 3.2% 감소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대형 건설업체들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대부분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안타증권의 주요 건설업체 실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4개 상장 건설업체의 지난해 4분기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우건설, 순이익 '반토막' 전망


증권가는 설 연휴 이후 지난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업체들도 예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전망)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8% 감소한 3458억원으로 추정된다. 당기순이익은 50.7% 줄어든 2571억원으로 예상됐다. 매출도 10.2% 줄어 10조461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3% 감소한 2669억원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조1135억원으로 1.5% 증가하지만 당기순이익은 1693억원으로 16.3% 줄어들 전망이다.

GS건설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에 따른 손실 비용을 반영해 38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기저효과다. GS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998억원, 당기순이익은 321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사고 전인 2021년(6465억원)·2022년(5548억원)의 영업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매출 전망치는 전년 대비 5.6% 감소한 12조6850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3년 수준의 영업이익 195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10.8% 줄어 154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실적 부진은 공사원가 상승이 최대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중동 분쟁 등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자재비 등 물가가 급상승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1월 100.97이었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1월 130.26을 기록해 4년 만에 30%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건설업체의 외형 성장이 둔화됐다"며 "개별 기업의 원가율 점검과 준공 정산 비용 반영 등으로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해외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공사 진행 과정에서 원가율이 높아지는 현장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