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와 고양이와 태양[이기진의 만만한 과학]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2025. 1. 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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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일반물리학을 수강했던 1학년 학생 70명의 강의 평가가 도착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평가를 읽어 보는 시간은 귀중하다.

"교수님은 고양이 같아요. 한 학기 강의 감사합니다" 이런 평가를 읽었을 땐 미소가 지어졌다.

'고양이와 나, 어떤 연관성이 있나?' 당사자인 학생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MZ세대의 유쾌한 소통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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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지난 학기 일반물리학을 수강했던 1학년 학생 70명의 강의 평가가 도착했다. 성적표를 받아본 기분이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평가를 읽어 보는 시간은 귀중하다. 지나온 나를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기도 하고 “흠” 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강의를 떠나서 물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임” 이런 평가를 읽을 땐 난감하다. 그 학생에겐 물리라는 과목이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달리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다. “칠판의 판서가 읽기 어렵다” “진도가 빠르다” 이런 내용엔 반성과 함께 “다음 학기엔!” 하고 다짐을 한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다만 “시험에 부분 점수가 없다” 이 평가에 대한 내 생각은 단호하다. 완벽하지 않은 답안은 허용될 수 없다. 지구에서 며칠을 날아가 보이지 않는 달 뒤쪽 표면에 우주선을 정확히 착륙시켜야 하는 과학자의 계산에 있어 ‘정답은 틀렸지만 중간 과정은 맞다’ 이런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대학은 이런 엄격함과 완벽함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교수님은 고양이 같아요. 한 학기 강의 감사합니다” 이런 평가를 읽었을 땐 미소가 지어졌다. ‘고양이와 나, 어떤 연관성이 있나?’ 당사자인 학생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MZ세대의 유쾌한 소통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고양이 이야기지만, 나는 지붕 밑 처마에 사는 길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새끼 고양이 때 빗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물과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물과 사료를 주면 동네 길고양이들이 다 몰려온다고 반대를 했지만 빗물을 마시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남의 일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동네 고양이들은 몰려오지도 않았다. 겨울 햇살이 따듯한 날 창가에 앉아 공부하고 있으면 창밖에 고양이가 나를 지키듯 창문턱에 앉아 졸고 있다. 태양의 따듯한 햇살에 눈을 지그시 감고. 난 이런 평화가 좋다.

그런데 태양은 이렇게 따듯한 열을 어떻게 내는 걸까? 거대한 태양의 주성분은 원소기호 1번인 수소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과 열은 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다. 수소 1kg이 핵융합을 일으키면 대부분 원소기호 2번 헬륨으로 바뀌고 나머지 수소 7.1g이 에너지로 바뀐다. 이때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640조 J(Joule·줄)이다. 각설탕 1개 반 정도에 불과한 무게의 수소가 핵융합을 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로 식물이 자라고 사계절이 생기고 지구인이 살아가고 있다.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가 밝혀진 지는 100년도 채 안 됐다. 1929년 프리츠 후터만스와 로버트 앳킨슨의 연구가 핵융합 반응의 초기 개념을 제시했고, 이를 기초로 1938년 독일의 물리학자 한스 베테가 태양과 별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한스 베테는 이 공로로 196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미래의 태양인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핵융합 기술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선정한 미래 10대 기술 중 하나다. 태양이 사라지기 전에 개발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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