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피해자만 159명…‘자경단’ 4년8개월동안 잔혹한 성착취 범죄

고나린 기자 2025. 1.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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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만 234명에 이르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가 범행 시작 4년8개월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3일 자신을 '자경단'이라고 칭하며 2020년 5월부터 텔레그램 성착취를 이어온 성범죄 조직 총괄 운영자 ㄱ(3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설명한 자경단의 범죄 양태는 앞선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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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주거지에서 경찰에 붙잡힌 ‘자경단’ 총책 ㄱ씨. 서울경찰청 제공

피해자만 234명에 이르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가 범행 시작 4년8개월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이 범행을 시작한 시기는 소위 ‘엔(n)번방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2020년 5월로, 우리 사회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충격 속에서 대응을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3일 자신을 ‘자경단’이라고 칭하며 2020년 5월부터 텔레그램 성착취를 이어온 성범죄 조직 총괄 운영자 ㄱ(3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그 밖의 자경단 조직원 13명 가운데 2명은 검찰에 송치됐고, 11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는 형법상 범죄단체 등의 조직, 강간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까지 19개에 이르는 혐의가 적용됐다. 범죄 기간이 4년8개월로 길었던 만큼 다양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고통에 몰아넣은 것이다. 피해자 가운데 10대 청소년도 159명이다.

경찰이 이날 설명한 자경단의 범죄 양태는 앞선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와 유사하다. 이들은 여성의 신상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박제(유포)하겠다”고 협박해 피해자를 옭아맸다. ㄱ씨는 피해자들에게 ‘1시간마다 일상 보고, 반성문 작성’을 시키고, 이를 어기면 ‘벌을 준다’며 성착취 행위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남성도 범죄 대상이 됐다. 불법합성물 유포에 관심을 보인 남성에게 접근해 신상정보를 확보한 뒤 “범죄를 저질렀다.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남성은 자경단 조직원까지 되어 적극적인 가해자로 돌변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이 밝힌 피해자 수에는 피의자이기도 한 조직원 13명(ㄱ씨 제외)이 포함됐다.

성착취 가해자들 사이에 등급을 나눈 것도 앞선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에서 반복된 모습이다. ㄱ씨는 자신을 ‘목사’로 칭하며, 그 밑에 집사, 전도사 등의 계급을 두어 가해자를 구분했다고 한다. 이는 ‘공직자’ ‘상류층’ ‘평민’ 따위로 등급을 나눈 ‘엔번방 사건’과 유사하다.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나누어 우월감을 느끼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가 ‘자신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서 조직을 운영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박사가 목사로 바뀌고 피해 규모가 크게 늘어났을 뿐 앞선 성착취 범죄와 유사한 양상”이라며 “‘나는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상품화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던 범죄가 또다시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텔레그램이 방침을 바꿔 각 나라 수사기관에 협조하기로 한 뒤, 텔레그램의 협조를 받아 피의자를 붙잡은 첫 사례다. 경찰은 “(ㄱ씨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검거됐다”며 “이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찰은 ㄱ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ㄱ씨가 여성 피해자를 협박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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