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한 장으로 5명이 한 끼 해결"…평일에도 '바글바글' [현장+]
잔치국수 2000원, 김밥 2500원
붕어빵 3개 1000원, 호떡 500원
생활형 전통시장 '가성비' 입소문
"여기는 저렴한 먹거리가 많아서 평일 낮에도 이렇게 줄을 서는 곳이 많아요."
23일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에 위치한 '광명전통시장'에 점심을 먹으러 왔다는 50대 주부 최모 씨는 '잔치국수 2000원'이라고 적혀있는 칼국수 집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여긴 칼국수랑 수제비도 5000원에 푸짐한 양을 줘서 유명한데 가격이 예전에 비해 다소 올랐지만 그래도 일반 식당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맛도 좋아서 조금 줄을 서더라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시장 중심부에 위치한 칼국수집은 2층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표메뉴인 칼국수, 수제비, 칼제비(칼국수+수제비)는 5000원, 잔치국수는 2000원을 내건 이 가게에는 손님 발길이 이어졌다.
20년간 칼국수집을 운영했다는 김광섭 씨는 "평일엔 900그릇 주말에는 1000그릇 이상 꾸준히 팔고 있다"며 "싸고 맛있다는 생각에 손님들이 찾아오다 보니 물가가 올라도 가격을 대폭 인상하기보다는 많이 팔아서 남기자는 생각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광명시장은 평일 오전 11시에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으나 곳곳에 줄을 서 있는 청년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년 외식비가 매섭게 상승하고 있지만 광명시장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생활형 전통 시장으로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경기도에서 판매되는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479원이었지만 광명시장에 위치한 김밥집 대부분은 김밥을 종류에 상관없이 2500원에 판매한다.
8년간 이곳에서 김밥을 팔고 있다는 직원 김 모 씨(55)는 "아무래도 시장이 서로 상생하는 구조다 보니 모두 2000원~3000원 선에서 김밥을 팔고 있다"며 "매출이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박리다매 전략을 유지 중이다"라고 말했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과 '호떡'도 가격이 저렴하고 내용물이 실하다고 입소문이 나 있다.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원재료비와 물가 상승'을 이유로 붕어빵과 호떡이 1개당 1000원~1500원을 훌쩍 넘어가는 곳이 늘었지만, 이곳에서 1000원이면 붕어빵 3개, 호떡 2개를 살 수 있다.
회사 점심시간을 쪼개 붕어빵 사러 왔다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천원으로 붕어빵을 세 마리나 먹을 수 있는 곳은 이 근처에서 광명시장이 유일한 거 같다"며 "겨울에 회사 동료들과 간식을 먹기 위해 종종 온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가장 긴 줄을 자랑하는 한 붕어빵 집은 '팥 폭탄 붕어빵'으로 불린다. 가격은 1개에 1000원이지만 이름처럼 팥의 양이 엄청났다. 최근 59만 음식 리뷰 유튜버 '떡볶퀸'이 방문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는 취업준비생 구민찬(26)씨는 "유튜브를 보고 이곳을 알게 됐는데 줄을 선다는 소문에 평일 점심에 방문했는데도 줄을 20분 이상 선거 같다"며 "영상이랑 똑같은 비주얼에 감격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2년 전부터 붕어빵 가게를 운영했다는 50대 조명화 씨는 "보통 하루에 300명 정도 주말에는 이보다 더 많이 방문한다"며 "봄, 여름, 가을에는 사탕수수를 판매하고 겨울에만 붕어빵을 판매하는데, 시장 인심을 반영해 재료를 아끼지 않고 팍팍 넣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족발 1만원, 대왕 꽈배기 1000원, 짜장면 3000원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수많은 먹거리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나물 가게를 운영했다는 60대 고 모씨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이 북적이는 편이고 지금은 명절 대목을 앞두고 조금 더 늘어났다"며 "관광객이나 외지인보다는 주변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장사하는 곳이라 소위 말하는 바가지가 별로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명시장 같은 상설시장은 항상 소비자가 한번 비싸다고 인식하면 안가는 경우가 많아 판매 기준점 자체가 가성비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단골을 확보해야 고객 관리와 점포 유지가 되는 특성상 물가도 최저가에 맞춰 장사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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