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긴박했던 10시간"…고려아연 임시 주총 시끌벅적

양호연 2025. 1. 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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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지난 오후 3시부터 본격 돌입
'반전에 반전' 거듭…긴장감 고조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양호연 기자

당초 계획보다 여섯 시간이 지나 시작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23일 주총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 서울 입구는 오전 7시쯤부터 고려아연 노조원들의 피켓 시위로 떠들썩했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머리띠를 두르고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적대적 인수합병(M&A)라고 규정하며 항의하는 구호를 외쳤다.

고려아연 관계자들도 이른 시간 현장에 나와 임시 주총 개최 준비에 분주히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주주와 취재진 외 인원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주주들은 1층에 그랜드볼룸에 마련된 주주총회장으로, 취재진들은 2층에 별도로 마련된 미디어룸으로 각각 안내했다.

8시부터 입장이 가능한 주총장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줄을 선 주주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주주는 "약 한시간 가량 줄을 서 기다린 끝에 신분 확인을 마치고 주총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광일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대표이사(MBK파트너스 부회장)와 강성두 영풍 사장은 9시 이전 주총장 가운데 착석했다.

이와 함께 소액 주주의 의결권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들도 다수 있었다. 앞서 고려아연은 머로우소달리코리아, 위스컴퍼니웍스, 씨지트러스트, 제이스에스에스 등 4곳을, MBK·영풍 측은 조지슨, 리앤모어그룹, 케이디엠홀딩스, 비사이드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바 있다.

이날 주총은 당초 예정된 9시가 아닌 여섯 시간가량 지난 오후 3시부터 본격 시작됐다. 위임장 중복건과 관련해 주주를 대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계속되며 초반부터 난항이 예고됐다. 고려아연은 출석주주 수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채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의장)은 개회선언과 함께 임시 주총을 시작했지만 "중복 위임장 수를 빼더라도 출석 주식수 발표를 하고 개회 선언을 해야 한다"는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또다시 중단 후 한 시간 가량 지나 재개할 수 있었다.

재개 끝에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상법 제 369조 제2항, 공정거래법 제25조 제2항을 비롯해 전날 고려아연의 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지분 취득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고려아연은 전날 손자회사인 SMC가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와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일부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SMC가 취득한 영풍 주식은 19만226주로, 영풍 전체 발행주식(184만240주)의 10.3%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액으로는 575억원이다.

고려아연의 발표 이후 주총장 내부에선 주주들간의 고성이 오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몇 시간 동안 지속됐다. 각측 대리인과 주주들은 이번 임시 주총을 "연기해야 한다"거나 "속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임시 주총을 연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표결에 나서는 듯 하더니 이내 철회 후 주총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서 1-1호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은 찬성률 76.4%로 가결됐다. 다만 지난 21일 법원이 MBK·영풍 측이 신청한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적용은 이후 주총부터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이사 수 상한 제한하는 1-2호 의안의 표결도 가결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편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은 다시 한 번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며 장기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주총 현장에서 영풍과 MBK측 대리인은 "법정에서 명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며 의결권 제한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주총이 끝나고 예정된 기자회견은 오는 24일 오전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직 주총이 진행 중인 만큼 법적 대응 등 구체적인 사항은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답변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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