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폐간' 운운하던 국민의힘, 스카이데일리엔 침묵하나

박재령 기자 2025. 1.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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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짜뉴스 사회 혼란' 강경 대응 쏟던 국민의힘
'부정선거 음모론' 등엔 선 긋지 않아… 명백한 이중 잣대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뉴스타파 함께센터.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치밀하게 계획된 1급 살인죄.” 2023년 9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두고 한 발언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 “패가망신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를 가리켜 “희대의 대선 공작”이라고 했다.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실제로 '뉴스타파 폐간'을 검토했다. 2023년 9월 서울시가 낸 보도자료엔 '신문법 위반사항 검토', '발행정지명령 등 조치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신문법 22조에 따르면 '신문 등의 내용이 등록된 발행목적이나 발행내용을 현저하게 반복하여 위반한 경우' 발행정지를 명하거나 법원에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러한 입장을 번복한 적이 없다.

▲ 2023년 9월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갈무리.

뉴스타파를 향한 공격적 언사가 쏟아진 지 약 1년 반 정도가 흘렀다. 해당 녹취록 보도가 '가짜뉴스'였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했다는 흔적도 없었다. 부적절한 금전거래, 주술관계의 오류 등 언론윤리 위반 지적은 나왔지만 뉴스타파 진상조사위는 “의도적 허위 보도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녹취록 보도가 제기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은 여전히 유효하다.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최근 한 극우 성향 매체의 보도가 큰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기사에서 지난해 12월3일 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을 펼쳐 경기도 수원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99명의 중국인 간첩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간첩들이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기지에 억류돼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돼 '미국도 부정선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음모론이 나오는 데 기여했다.

▲ 스카이데일리 17일 1면 지면

명백한 '오보'였다. 주한미군과 미국 국방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냈다. 주한미군은 이례적으로 언론사 이름(스카이데일리)까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거론하며 '전부 거짓'이라고 했다.

오보를 넘어 '허위조작' 가능성까지 있다. 해당 보도는 시사IN의 지난해 12월24일자 보도 <[단독] 12·3, 선관위 연수원에서 실무자·민간인 90여 명 감금 정황>가 재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시사IN은 계엄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 계엄군과 경찰이 출동해 선관위 실무자와 외부 강사 등의 출입을 통제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는데 이러한 내용이 와전됐다. 시사IN은 17일 팩트체크 기사를 내고 “기사 내용은 읽지 않고 유리한 부분만 자의적으로 따서 가짜뉴스 생산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태 탓에 팩트체크에 나선다”고 밝혔다.

허위보도의 사회적 피해를 강하게 주장하던 국민의힘은 이러한 명백한 '가짜뉴스'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자 의도적으로 선을 그으려 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23일 열린 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탄핵정국 공정보도 양태와 문제점' 토론회에서 황근 KBS 이사(발제자)는 조선일보와 KBS 등 기성 언론을 모두 비판하며 “스카이데일 리가 대기업들한테 광고를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근 이사는 스카이데일리에서 '미디어와 정치' 칼럼을 쓰고 있다.

▲ 23일 국민의힘 토론회에서 나온 소셜미디어 영상. 사진=박재령 기자

다른 발제자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은 소셜미디어에서 돌아다니는 '중국 간첩 폭행' 영상을 토론회에서 틀었다. 오정환 전 본부장은 최근 '국민의힘' 추천으로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 임명됐다. 오정환 전 본부장은 “중국인들이 정부의 지시 없이 국내 정치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정부 비판 보도에 여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2023년 9월 '1급 살인죄', '폐간', '패가망신'을 운운한 여당의 극렬한 반발은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일이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 기구들도 정부·여당 입장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방통위), '가짜뉴스 전담심의센터'(방심위)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나섰다. 이러한 기구들 역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유하는 '가짜뉴스'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명백한 이중 잣대다. 민주주의보다 정치적 득실이 중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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