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더 사고, 불법체류자 데려오고…인도 '트럼프 선물' 준비

윤세미 기자 2025. 1. 23. 16: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세계 5대 경제국 인도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출범에 맞춰 분주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조기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한편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에서 불법 체류 인도인 송환 등 각종 유화책을 검토 중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될 경우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선 트럼프 정부와 최대한 갈등을 피해야 한단 계산이 깔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인 2020년 2월 인도 뉴델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포옹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2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2월 워싱턴DC 정상회담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성사 여부는 확실치 않다. 2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AI(인공지능)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파리에서 별도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AI 정상회의에 참석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 밖에도 인도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인도의 대미 무역 흑자를 빌미로 통상 압력을 높일 경우에 대비해 무역 협정, 관세 인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의 선택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대미 무역 흑자는 353억달러(약 50조7100억원)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높은 수입 관세가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준다고 지적하며 그에 맞대응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0~20% 보편관세를 때릴 경우 인도도 피해 가기 어렵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인도 정부가 미국산 위스키나 철강, 석유 수입을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버번 위스키나 견과류 등 일부 농산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화당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공급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관세 인하를 검토한단 방침이다.

인도 정부는 또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인도인 약 1만8000명을 자국으로 데려오는 안도 협의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 체류 인도인은 약 2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는 불법 이민자 송환에 협조한 대가로 트럼프 정부가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비자 같은 합법적인 이민 채널을 보호해 주길 바라고 있다. 2023년 발급된 H-1B 비자 가운데 약 3/4은 인도인이 차지했다.

한 소식통은 이 같은 인도의 노력이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피하고 잠재적인 미중 무역전쟁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이라고 귀띔했다. 인도는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리스크를 피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를 대체 생산기지로 낙점한 데다 미국은 인도를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파트너로 본다.

인도뿐 아니라 각국은 트럼프 집권 2기를 맞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인도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에 초점을 맞춰 대미 투자 등을 제안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2월 초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측근 나가시마 아키히사 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은 21일 현지 매체에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미 투자를 제안할 것"이라며 "공동 연구개발과 인공지능(AI), 나노테크놀로지 등 패키지를 어느 정도 만들어 일본이 주체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860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는 사우디 통신사를 인용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사우디가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 및 무역 확대에 쓰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도 일단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중국 권력서열 6위인 딩쉐샹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21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는다. 균형 잡힌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더 경쟁력 있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싶다"며 트럼프 정부에 구애의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국에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으며, 중국에서 펜타닐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유입되고 있다며 2월1일부터 중국에 10% 관세 부과를 논의 중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반면 캐나다는 미국에 보복관세 목록 초안을 작성하는 등 맞불을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조롱했으며 불법 이민자, 펜타닐 유입 문제 등을 거론하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비례적 대응에 나선단 방침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 담당 집행부위원장은 22일 CNBC 인터뷰에서 "EU가 경제적 이익을 방어해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는 모든 관세에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의 가치와 이익, 권리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