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부수고 집 불 태워…이스라엘 극단주의 테러 기지개, 트럼프 효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극우단체 테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맞붙은 가자지구에서 포성이 멎었지만, 비교적 온건 성향인 파타 정파 지지세가 강한 서안에서마저 갈등 불씨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행보가 서안에서 갈등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상에선 검은색 복면을 두르고 치치트(유대교 악세서리)를 찬 괴한들이 서안 남부 헤브론 힐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농민을 버젓이 앞에 두고 트랙터 타이어에 구멍을 내며 차량을 망가트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농민은 인근 유대인 정착촌을 의식해 이스라엘군을 통해 농토 경작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는 등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이스라엘군 허락을 얻었으나 테러를 피할 수 없었다. 이날 괴한들은 이를 저지하러 온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러 5명이 다쳤다.
20일에도 서안 팔레스타인 마을 두 곳에서 복면을 쓴 괴한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다. 복면을 쓴 수십 명의 괴한이 팔레스타인 마을 알푼트크에 진입해 집과 차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는 극단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확인됐다. 극단 시위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21명이 다쳤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해당 극단 시위자에 대한 체포가 22일 오전까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 휴전 후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항의 시위로 보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지닌다.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은 국제법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인을 보내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촌 보호와 이란의 영향을 받은 테러주의 세력 발생을 차단하겠다며 최근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21일 이스라엘군은 서안 북부 도시 제닌을 대테러 작전을 벌인다는 이유로 기습 공격해 최소 1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다음 날에도 이스라엘군이 제닌 시내 주요 도로를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닌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직후 1차 중동 전쟁에서부터 저항의 도시라는 명성을 굳히기 시작한 곳이다. 전쟁으로 인해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최초의 난민캠프가 세워진 도시여서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알자지라는 지난해 12월 이후로 제닌에서 팔레스타인 거주민 2000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보도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극단주의자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빈번해지자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장관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라며 정착촌 보호를 위한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군사활동과 극단주의 테러 기지개를 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고무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일인 20일,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스라엘인 정착민들의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조치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행정부 주요 인사도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고 있다. 21일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후보자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공화·뉴욕)은 인준청문회에서 “이스라엘은 서안을 합병할 성경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신임 미 국무장관도 2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온건파 파타 정파 성향이 강한 서안에서도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안을 장악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가자 전쟁 이후 하마스 세력에 밀려 정치적 지지를 잃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쟁 직후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서안지구 내에서도 무장 투쟁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2023년 10월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안에서도 900명 가량이 숨지고, 9700명이 이상이 체포되는 등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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