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돕던 천사였는데…뇌사상태서 4명에 새 삶, 진짜 천사 됐다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뒤 하늘의 천사가 된 주혜련씨(41세). /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지난해 10월9일 아주대병원에서 주혜련씨(41세)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린 뒤 하늘의 천사가 돼 떠났다고 23일 밝혔다.

주씨는 지난해 9월29일 주차장에 쓰러져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하여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주씨는 20세이던 때 "삶의 끝에서 누군가 새로운 생명을 받는다면 좋은 일"이라며 동생과 함께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복지사로 어려운 이를 위해 살아온 주씨의 착한 마음이 마지막 순간에도 지켜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주씨 가족들은 기증에 동의했다.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주씨는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서 해내는 성격이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풍선, 캔들, 리본, 포장 등 8개의 핸드메이드 자격증을 보유하기도 했다.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뒤 하늘의 천사가 된 주혜련씨(41세)가 2018년 부천시장으로부터 받은 표창장(왼쪽). /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주씨는 부천시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의 자립을 도와주는 자립지원팀에서 20년 넘게 근무해왔다. 팀장이었던 주씨는 평소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근무 날이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하면 늘 먼저 도움을 주는 책임감 있는 이로 기억되고 있다. 2018년에는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부천시장으로부터 시민 복지증진 관련 공로 표창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복지시설에서 함께 생활을 했던 황은숙씨는 "제주도에 같이 여행도 가고 놀이동산에서 햄버거도 먹고 놀이기구 탔던 것들이 생각난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씨의 어머니 정미숙씨는 "혜련아, 엄마 품으로 와줘서 고맙고 사는 동안 고생 많았어. 다음 생에도 꼭 엄마 딸로 엄마 품으로 와줘. 사랑한다. 그리고 많이 보고 싶다"고 하늘에 편지를 보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이웃을 사랑한 따뜻한 사회복지사이자 가족의 소중한 딸이었던 기증자 주혜련님과 숭고한 생명나눔의 뜻을 함께해 주신 유가족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