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는 ‘물리 AI’가 온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2025. 1.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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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CES 2025’에서 AI 다음 개척 분야로 강조
1월 6일(현지 시간)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AI) 발전 단계가 인지 AI, 생성 AI, 에이전트형 AI, 물리 AI 등 점점 더 복잡하고 고도화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엔비디아 유튜브 채널 캡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5'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또 한 번 전 세계 기술 산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발언 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바로 '물리 AI(Physical AI)'라는 개념이다. 이 새로운 키워드는 AI 기술이 단순히 디지털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발전해야 한다는 비전과 함께 엔비디아의 숨은 전략을 담고 있다.

황 CEO는 1월 6일(현지 시간)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물리 AI"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로봇공학을 위한 '챗GPT 순간'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며 "에이전트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이 세 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챗GPT 순간'은 AI가 언어 모델에서 혁신을 일으켜 챗GPT를 탄생시켰듯이, 로봇공학에서 AI가 로봇을 인간처럼 상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의미한다.

기존 AI가 주로 데이터 분석, 예측 모델링, 언어 처리 등 디지털 환경에서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면 물리 AI는 AI가 실제 세계에서 작동하고 적응하는 것으로 그 범위를 한층 확장한다. AI가 물리적 환경을 감지하고 그것에 적합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물류 자동화, 스마트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물리적 세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생산 로봇은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현실 세계의 물리적 객체와 환경을 더욱 정교하게 인식하고 반응한다. 물체를 집거나 정리하는 로봇, 복잡한 수술을 지원하는 AI 도구도 마찬가지로 물리 AI 기술을 활용한다. 자율주행차는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더 정교한 판단을 내리도록 발전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쌍두마차,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를 사용해 가상 공장을 만들고 로봇을 훈련시킬 수 있다. [엔비디아 유튜브 채널 캡처]
황 CEO의 이번 발언엔 물리 AI를 구현하는 플랫폼을 제공해 엔비디아가 AI 기술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AI 기술 발전이 엔비디아 AI 칩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칩 판매로 승승장구 중이지만, 더욱 원활한 칩 공급을 위해 AI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물리 AI 구현을 위해 옴니버스(Omniverse)와 코스모스(Cosmos) 플랫폼을 내세우고 있다. 옴니버스와 코스모스는 상호 보완적인 플랫폼이다. 옴니버스는 개발자들이 가상 환경에서 실제 물리적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물론, AI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험하고 개선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복잡한 물리적 환경을 디지털로 모델링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제조 공정이나 로봇 작업을 가상으로 테스트함으로써 실제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미리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

코스모스는 자율주행차와 로봇의 AI 모델 훈련을 위한 혁신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창고 환경에서 로봇에 이동 동선을 훈련시키거나 도로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을 자율주행차에 연습시키는 데 쓰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코스모스는 월드파운데이션모델(WFM), 고급 토크나이저, 가드레일, 비디오 처리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훈련과 테스트를 지원한다. 특히 토크나이저는 기존 기술보다 12배 빠른 처리 속도로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단 14일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의료, 재난 구조, 자율주행에 이용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두 플랫폼의 결합은 AI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을 가상 환경에서 미리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한다. BMW, 폭스콘, 도요타 같은 기업은 이미 옴니버스와 코스모스를 사용해 혁신적인 방법으로 생산성·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BMW는 옴니버스를 사용해 가상 공장을 구축하고 로봇 작업과 물류 자동화를 시험하며 최적화하고 있다. 폭스콘 또한 옴니버스를 통해 가상 환경에서 생산 공정과 로봇 훈련을 진행하며 공장 자동화 및 물류 최적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물리 AI는 의료, 재난 구조, 물류,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로봇 팔을 이용해 정밀 수술을 수행하고, 원격 수술을 통해 의료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도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난 구조 현장에서는 로봇이 환경을 탐지하고 실시간으로 반응해 사람을 구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조·물류 분야의 경우 실시간으로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조작하고 결함을 수정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 공장 내 품질 유지와 물류 시스템 경로 최적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물리 AI의 발전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코스모스 같은 플랫폼도 현실적인 모델을 만드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챗GPT가 그러하듯이 코스모스도 물리법칙을 본질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물리 AI 개발에는 큰 비용과 안전성 문제가 따른다. 특히 인간과 상호작용하거나 고위험 환경에서 작업할 때는 이를 위한 규제가 필수적이다.

파르시드 아미르압돌라히안 영국 하트퍼드셔대 인간-로봇 상호작용 교수는 '뉴스위크'를 통해 "로봇공학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AI 시스템을 현실 세계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하는 데 코스모스 같은 플랫폼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로봇이 현실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더 강력하고 정교한 능력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비용, 안전, 규제 등 장벽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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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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