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판때 '판사협박 처벌법' 낸 與…이젠 법원 폭동 두둔
사법부 지키자더니…12.3 내란사태 이후 사법부 비판만
"어떤 세력과 특별히 거리두거나 말거나 하는 건 부적절"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겨냥해 '판사협박 처벌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국민의힘이 최근 법원 폭동에 가담한 극우 세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며 지지자들을 압박할 때에는 '사법부 지킴이'를 자처하더니, 정작 판사의 신변을 위협하고 폭동을 조장한 일부 유튜버와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을 다 포용한다"며 사실상 두둔하고 있어서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14일 판사나 그 가족을 협박할 경우 사법방해죄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 대표의 1심 선고 하루 전이었다.
이 법에는 지위를 이용해 수사·재판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법관을 협박하거나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 법관 또는 그 가족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서울 한남동 관저 앞을 찾았던 의원들은 물론 현재 당 지도부인 박수민 의원도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에는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강성 지지자들이 서울중앙지법 앞에 몰려와 '무죄'를 외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이들이 혹시라도 완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이에 법원에서도 청사 출입 시 검문 검색 강화하며 일반 차량 출입을 금지했다. 또 1심 재판부 법관들에게 퇴근길 경호 인력을 붙이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국민의힘에서도 보란 듯 '판사 협박 처벌법'을 발의했던 것이다. 해당 법에 대한 심사는 지지부진해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이후 '사법 리스크'를 대하는 국민의힘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대표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사법 방해죄로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던 지난해와 달리, 법원 폭동 이후에는 가담자들에 대해 아스팔트 십자군이라고 옹호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극우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해 폭력 사태를 야기하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물론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극우 세력과 선 긋기는커녕 이들을 일반화하며 감싸는 모습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전날 TV조선 '신통방통'과의 인터뷰에서 법원 폭동 사태 이후 여당이 강경 극우세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세력과 특별히 거리두거나 말거나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폭력적인 행위나 무리한 주장은 단호하게 거부하고, 합리적인 주장을 하고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권 비대위원장은 일부 유튜버들에게 당대표 명의로 설 선물을 보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해당 유튜버들 중 일부는 법원 폭동 사태 때 현장에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원 폭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이념 중 하나로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하는 셈이다. 법원 앞 대규모 집회에 대해 잠재적인 사법부 위협으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사법부가 폭력을 유도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던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법부는 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이 법치주의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대대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런 불행한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도 살펴봐야 한다"며 폭력 사태의 책임이 법원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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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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