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대작’ 부진에 CJ ENM ‘빨간 불’…합병 OTT 앞날도 흐릿

조유빈 기자 2025. 1. 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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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강화 계획했지만…《별들에게 물어봐》 시청률 1~2%대 그쳐
티빙-웨이브 합병 지지부진…SBS 이탈로 통합 OTT 경쟁력 하락 우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CJ ENM이 '반등의 기점'이 될 것이라 자신했던 드라마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5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대작 《별들에게 물어봐》의 부진이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필사의 카드로 꼽혔던 티빙-웨이브 합병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SBS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으면서 '통합 OTT'의 경쟁력도 흐릿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스틸 컷 ⓒCJ ENM 제공

시청자와 '도킹' 실패…2019년 이후 최저 시청률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CJ ENM의 2025년을 여는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 앞서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정년이》를 잇는 상반기 기대작으로, 드라마 최초의 '스페이스 오피스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성적은 처참했다. 첫 화 3.3%의 시청률으로 출발해 5회 1.8%라는 최하 시청률을 찍었고, 6회에 소폭 반등했지만 3%에 미치지 못했다. tvN 드라마가 1%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2019년 《날 녹여주오》 이후로는 처음이다.

특히 우주 공간을 다루는 이 드라마는 500억원이라는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배우 공효진이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브 킴 역할을 맡았고, 이민호가 700억원을 내고 우주정거장에 관광을 온 공룡을 연기했다.

우주 배경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도 일부 존재하지만, 제작진이 내세운 '우주 배경 로맨스'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를 드라마 스토리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벌가 며느리의 임신을 위해 우주정거장에서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스토리 등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조한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제작비 문제를 넘어, '콘텐츠 명가'로 불려왔던 CJ ENM의 이미지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최대 기대작의 흥행 참패는 CJ ENM의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CJ ENM 주가는 한 달 새 10% 넘게 떨어졌고, 전날 5만2800원에 마감했다. 52주 최고가(9만4900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최근 SBS가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CJ ENM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 ⓒ연합뉴스

넷플로 간 SBS 콘텐츠…통합 OTT 경쟁력은?

CJ ENM의 분위기를 반전할 카드로 꼽혔던 OTT 티빙과 웨이브 합병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SBS가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더해지고 있다. SBS는 올해 1월부터 6년간 넷플릭스에 신‧구작 드라마와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넷플릭스로부터 신작 드라마 일부에 대한 투자를 받아 전 세계 동시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 넷플릭스에는 명작 드라마로 불리는 《모래시계》를 비롯해 SBS 대표 예능 《런닝맨》 등이 론칭한 상황이다.

양사의 파트너십은 '윈-윈'으로 해석되지만, 통합 OTT 출범이라는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CJ ENM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티빙-웨이브 통합 OTT의 강점 중 하나는 지상파 콘텐츠의 독점 제공이다. 그러나 지상파 중 가장 높은 콘텐츠 시청률을 기록하는 SBS의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흘러가면서 경쟁력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또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멤버십 혜택에 티빙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지로 추가하면서 티빙의 가입자 이탈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로 인해 티빙 사업자인 CJ ENM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넷플릭스와 SBS가 콘텐츠 공급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고, 지난해 11월 말 네이버플러스멤버십 혜택에 넷플릭스가 추가되면서 국내 OTT‧콘텐츠 업계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최근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티빙-웨이브) 합병 효과가 당초 기대보다 약해질 수 있는 점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후 플랫폼 경쟁력 확대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다"며 "지상파 중 가장 훌륭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SBS가 온전히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3월부터는 네이버-티빙의 프로모션도 끝난다. 올해는 연쇄적 가입자 이탈 우려 및 경쟁력 악화가 주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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